'우한 폐렴' 진원지 수산시장 방역 강화 (우한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 중국 후베이성 성도 우한에서 보호복을 착용한 한 작업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발병의 진원지로 지목돼 폐쇄된 수산시장에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급습’에 중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동시에 출렁이며 요동치고 있다. 시장에서 주식·국제유가·주요기업 이익전망치가 “자동반사적인 코로나 발작”을 일으키고 있으며, 세계총생산(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6.3%에 달하는 등 중국인과 중국시장이 글로벌 경제에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이번 코로나 감염에서 새삼 극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큰데다 중국 경제구조가 투자보다는 ‘소비’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중에 터진 바이러스 공포라서 글로벌 실물경제에 주는 충격도 더 커졌다.
28일 도쿄 닛케이지수는 0.55% 떨어졌다. 전날 2.03% 폭락한데 이어 이틀째 바이러스발 경기후퇴 공포에 잔뜩 움츠러들었다. 이날 유럽의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러시아 종합주가지수도 2.29%~3.62% 폭락세로 마감했다. 남미 브라질 주가도 3.29% 떨어졌다. 상하이·홍콩·대만 시장은 춘절 연휴로 휴장중이다. 전날 미국 나스닥과 에스앤피(S&P) 500은 각각 1.89%, 1.57% 떨어졌다. 국제유가(3월 인도분 선물)도 세계경기 후퇴 우려로 브렌트유는 2.26%(배럴당 59.32달러), 서부텍사스산(WTI) 중질유는 1.93%(53.14달러) 폭락했다. 세계 실물경제 전환점을 선행적으로 잘 보여준다고해서 ‘닥터 코퍼’(Dr.Copper)로 불리는 구리 현물가격은 파운드당 2.59달러로 3.31% 폭락했다. 미쓰비시UFJ은행의 글로벌 시장분석가 미노리 우치다는 “이번 바이러스 발병의 전모를 아직 알 수 없지만, 공중보건을 넘어 경제 문제로 급속히 전이되고 있다”며 “여행관광산업뿐 아니라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글로벌 경제 진로에 대한 우울한 전망으로 다시 감염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경제에 대한 불안 증폭은 위안화 지표에 당장 옮겨붙었다. 위안화는 역외시장에서 27일 달러당 6.98위안으로 한달 이래 최약세(급등)로 돌아섰다. 특히 중국경제가 작년 6.1% 실질 성장하는 등 지난 30여년의 성장궤도에서 최저 수준에 내려온 때에 바이러스발 충격이 왔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세계 총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사스(SARS) 대란 당시 4.3%에서 작년 16.3%로 급속히 확장됐다. 코로나발 글로벌 경제 충격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거대 소비시장’ 중국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수송 통로가 사실상 봉쇄되면서 씀씀이가 큰 수천만명의 중국 관광객들에 의존해왔던 전세계 관광 및 럭셔리패션(의류·시계·보석 등) 산업이 가장 먼저 신종 코로나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중국의 해외여행객은 지난해 약 1억3400만명에 이른다. 버버리·스와치 등 중국(인) 익스포져가 절대적으로 높은 주요 글로벌 럭셔리 기업들의 주가는 곧바로 4~5% 폭락했다. 2018년 글로벌 럭셔리시장 매출규모는 1조3천억 유로로 전년대비 5% 성장했는데, 이 성장의 90%가량을 중국 소비자들의 국내외 구매가 이끈 것으로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가 밝혔다. 글로벌 럭셔리기업마다 자국내 매출의 3분의 1이상이 중국 소비자들이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에 중국시장 온·오프라인 소비가 10% 감소하면 럭셔리기업들의 매출은 약 2% 감소하고 연간 이익은 4%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거의 모든 산업에 우울한 그림자가 엄습한 가운데 자동차 판매에도 곧 코로나 불길이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바이러스가 창궐한 중국 우한시는 중국내 자동차 생산 주요 허브로, 르노·닛산·혼다·푸조시트로엥(PSA) 등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공장이 밀집해 있다. 바이러스 확진자들이 발생한 중국 40여개 중소 도시가 중국 자동차시장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아우디·폴크스바겐 등은 자사 이익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34%~43%(2018년)에 이른다. 투자컨설팅 회사 번스타인의 분석가 로빈 추는 “자동차 산업 영향은 몇달 뒤부터 ‘바이러스 후폭풍 증상’처럼 소비 지연으로 나타날 것이고, 즉각 대비에 나서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우리는 지금 중국 생산·소비 활동이 광범위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공포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피모건의 한 분석가는 “처음엔 동아시아 지역에 전염이 국한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신종 코로나가 글로벌 경제에 전혀 예기치 못한 위험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고, 글로벌투자은행인 시티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투자자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 요인은 치사율이라기보다는 아직 정체를 모르는 이번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 추세”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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