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공공의료 노조 소속 의료진들이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본토 접경지역 전면봉쇄를 촉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첫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중국 본토 이외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으로 사망자가 나온 것은 지난 1일 필리핀에서 숨진 우한 출신 남성(44)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홍콩방송>(RTHK)은 4일 카오룽반도 왐포어 지역에 거주하는 39살 남성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으로 시내 프린스마거릿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중 이날 오전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숨진 남성은 지난달 21일 고속열차 편으로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했으며, 이틀 뒤인 23일 역시 고속열차를 타고 광둥성 광저우-선전을 거쳐 홍콩으로 귀환했다. 지난 31일 근육통과 고열 증세로 병원을 찾은 그는 홍콩에서 13번째로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병동으로 옮겨졌다. 홍콩 방역당국은 중국 본토 방문 당시 이 남성이 의료시설이나 재래시장 등을 방문한 적이 없으며, 야생동물에 노출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숨진 남성의 어머니(77)도 고열과 기침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진 뒤 지난 2일 홍콩에서 15번째로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며 “방역당국은 ‘15번째 확진자’가 감염이 확인되기 14일 이전에 홍콩 이외 지역을 방문한 적이 없어, 가족 간 전염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숨진 남성과 그의 어머니 모두 기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에서도 신종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중국 접경지역 전면봉쇄를 주장해 온 홍콩 의료계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접경지역 봉쇄를 “중국에 대한 차별적 정책”이라며 반대해 온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선전만 검문소와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연결하는 강주아오대교 등 2곳을 뺀 나머지 중국 접경지역을 모두 폐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본토에서 유입되는 인구의 60%가량이 선전만 검문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홍콩 공공의료 노조는 전날부터 접경지역 전면봉쇄를 주장하며 단계적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앞서 지난 2002~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동 당시 진원지였던 광둥성 인근인 홍콩에선 모두 1755명이 감염돼 이 가운데 299명이 목숨을 잃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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