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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우한 실태 알려온 시민기자 실종…“제2의 리원량 만들 순 없다” 들썩

등록 2020-02-10 16:01수정 2020-02-11 02:32

지난 6일 저녁 이후 가족·친구와 연락 끊겨
당국 “강제 격리” 알렸지만 장소 등 비공개
가족들 안전 우려하며 온라인에 도움 요청
온라인선 “추스 돌려달라” 당국 비판 쇄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돌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실태를 적극 보도해온 시민기자 천추스가 지난 6일 저녁 이후 가족·친구 등과 연락이 끊긴 채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천추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돌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실태를 적극 보도해온 시민기자 천추스가 지난 6일 저녁 이후 가족·친구 등과 연락이 끊긴 채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천추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실태를 적극 보도해온 시민기자 천추스(34)의 행방이 며칠째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국은 가족들에게 천추스가 강제 격리됐다고 통보했지만 구체적 격리 경위와 장소 등은 공개하지 않아 의구심을 낳고 있다. 중국 온라인에선 이 때문에 ‘당국이 천추스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그를 일부러 구금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노가 들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우한에서 비판적 보도를 이어온 시민기자 천추사가 지난 6일 저녁 이후 가족·친구 등과 연락이 끊겼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9일 보도했다.

천추스는 지난해 8월 홍콩의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 현장으로 달려가 현장 상황을 웨이보를 통해 중계하며, 당국이 전하는 것과는 달리 시위대가 폭도나 분리주의자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렸던 시민기자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때도 우한에 봉쇄령이 내려진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우한에 도착해 사람이 넘쳐나는 병원과 장례식장, 임시 격리병동 등을 돌아보고 촬영한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며 우한의 암울한 실상을 꾸준히 알려왔다.

실종된 시민기자 천추스의 어머니가 “천추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천추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실종된 시민기자 천추스의 어머니가 “천추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천추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우한 사태를 취재하던 천추스의 실종이 알려진 것은 지난 7일이다. 이날 천추스의 트위터엔 ‘아들이 사라졌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천추스 어머니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천추스의 친구가 올린 이 영상에서 천추스의 어머니는 “이곳 온라인에 계신 모든 분들, 특히 우한에 있는 친구분들께 부탁드린다. 추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천추스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신의 트위터 로그인 계정 정보를 친구들에게 남겨놓았던 터다. 천추스가 우한 실태 보도를 시작한 이후 가족들과 친구들은 그가 언제 공안에 끌려갈지도 모른다고 염려해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을 취해왔는데, 천추스가 6일 저녁부터 전화를 받지 않자 이런 영상을 올린 것이다.

천추스 어머니의 동영상이 게재된 날 저녁, 천추스의 또다른 친구인 쉬샤오둥은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몇 시간 전 (천추스의 거주지인 산둥성) 칭다오 공안 등이 천추스 부모님께 아들이 강제 격리됐다는 소식을 알려왔다”고 전했다. 그는 “칭다오 공안 등이 ‘천추스가 언제 어디로 끌려갔느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하며 “천추스의 신변 안전이 우려된다. 혹시나 실종 기간 중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천추스의 실종 사실이 알려지며, 웨이보를 비롯한 중국의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들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세상에 처음 알렸던 우한의 의사 리원량이 ‘괴담 유포자’로 몰려 처벌을 받고, 이후 바이러스에 감염돼 세상을 떠난 가운데 “천추스를 제2의 리원량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온라인에 올라오는 정부 비판 글들을 속속 삭제하고 있지만, 당국이 그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강제 격리했다는 소식과 관련 “격리된 것이라면 왜 휴대폰을 압수한 것이냐”며 의구심을 보이며 “(천)추스를 돌려달라”는 글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은 ‘#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 등의 태그를 단 글들과 함께,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속에서 배우들이 ‘민중의 노래 소리가 들리는가’를 부르는 동영상이나 옛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은폐를 다룬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의 장면을 갈무리한 사진을 올리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당국의 대응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정애 박영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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