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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우한의 비극…코로나19로 일가족 4명 숨져

등록 2020-02-17 18:23수정 2020-02-18 02:04

우한 다큐감독 창카이, 부모·누나까지
병상부족 입원 못하고 치료시기 놓쳐
간호돕던 부인도 감염으로 치료중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16일 방호복을 갖춰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19으로 숨진 환자의 주검을 옮기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16일 방호복을 갖춰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19으로 숨진 환자의 주검을 옮기고 있다. AP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일가족 4명이 숨지는 데 단 17일이 걸렸다. 지난달 23일부터 외부와 차단된 채 철저히 봉쇄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들려온 허망한 죽음의 소식은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우한의 참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7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후베이영화제작소 ‘샹인샹’의 대외연락부 주임 겸 다큐멘터리 감독인 창카이(55)와 그의 부모, 누나 등 일가족 4명이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코로나19의 희생양이 됐다.

창카이와 그의 부인은 우한 시내 판룽청 지구에서 부모와 함께 살았다. 가족은 지난달 24일 춘절(설) 전날 창카이가 직접 요리한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이튿날인 25일 창카이의 아버지가 고열과 기침, 호흡 곤란 등 전형적인 코로나19 증세를 보였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온 창카이와 누나가 아버지를 간호했다.

그의 아버지는 사흘 만인 1월28일 결국 숨졌다. 닷새 뒤인 지난 2일엔 어머니 역시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14일 새벽엔 창카이가, 같은 날 오후엔 그의 누나도 세상을 등졌다. 그의 부인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그의 아들은 영국 유학 중이어서 감염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창카이는 사망에 앞서 유서처럼 남긴 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여러 병원에 갔지만 병상이 없어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부모님 병간호를 한 지 며칠 만에 무정한 바이러스가 나와 아내의 몸을 삼켰다. 여전히 병상은 구할 수 없었고 병은 치료 시기를 놓쳐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썼다. 그는 “평생 아들로서 효도를 다했고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했으며 남편으로서 아내를 사랑했다”며 “내가 사랑한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을 고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17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집계 결과, 전날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7만명대를 넘어섰다. 신규 확진자는 모두 2048명으로, 여전히 절대다수가 우한(1690명)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특히 한때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제2의 우한’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던 샤오간과 황강 등 인접 도시의 신규 확진자가 각각 78명과 8명에 그치는 등 빠르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하루에만 105명(후베이 100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으면서, 누적 사망자는 1770명(후베이 1690명)까지 늘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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