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절을 맞아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날로 선포한 5일 베이징 중심가 천안문 광장 앞에 조기가 내걸렸다. 신화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속에 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말의 전쟁’도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확진자 30만명 선을 넘어선 가운데 정보 은폐 등 ’중국 책임론’을 부각시키려는 미국에 맞서, 중국은 자국 내 코로나19 안정세를 강조하며 미국의 미숙한 대응을 질타하며 ’훈수’를 두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4일 후시진 총편집인 명의 칼럼에서 “미국이 코로나19 상황을 경고한 항공모함 함장을 직위해제시킨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후 총편집인은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 팔로워가 2200여만명에 이르는 유명 논객이다.
후 총편집인 언급한 것은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브렛 크로지어 함장이 지난 3일 전격 직위해제된 사건이다. 괌에 정박 중인 루스벨트호 선상에서 코로나19가 번지기 시작하자, 크로지어 함장은 지난달 30일 미 국방부 등에 장문의 서한을 보내 4천여명에 이르는 승조원 하선 문제를 포함한 단호한 방역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전시엔 어디든 가서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지만, 지금은 전시가 아니다. 승조원이 목숨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실이 이튿날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자, 미 해군 당국은 “명령 지휘계통에 따라 보고해도 되는 사안을 외부로 알려지게 만들어, 쓸데없는 혼란과 불안감만 키웠다”며 그를 직위해제했다.
후 총편집인은 크로지어를 지난해 12월 말 코로나19 상황을 제일 먼저 경고했던 우한 의사 리원량에 견줘 “리원량은 명예를 회복해 순교자로 추앙받고 있지만, 크로지어는 코로나19 상황이 결정적인 국면에 접어든 시점에 직위해제됐다”며 “크로지어 함장은 미국판 리원량”이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명을 넘어선 미국 쪽에선 중국의 불투명한 정보공개를 질타하는 주장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5일 피트 후크스트러 네덜란드 주재 미국 대사가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중국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 등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아, 미국이 상황을 오판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후크스트러 대사는 “코로나19 관련 중국발 정보는 빠르지도, 투명하지도 않다”며 “중국의 실제 확진자와 사망자는 대체 얼마나 되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쉬홍 네덜란드 주재 중국대사는 성명을 내어 “미국으로부터 배울 게 많이 있지만, 후크스트러 대사 같은 사람한테는 배울 게 없다. 후크스트러 대사는 자기 일에나 신경쓰라”고 쏘아붙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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