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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가장 바쁜 관리’ 리이중 중국 안전총국장

등록 2006-01-08 17:39

[아시아사람들] 잇딴 탄광사고 현장 진두지휘 “한밤중 전화 가장 두려워”
리이중(61) 중국 국가안전생산감독관리총국 국장(장관급)은 월간 <샤오캉(소강)> 등 중국의 각종 매체 신년호에서 “지난해 가장 바빴던 관리” “가장 스트레스가 많았던 관리”의 첫 손가락에 꼽혔다. 산업 안전사고의 예방과 사후 구조·지원을 책임지는 그는 부임 열 달 동안 안후이·허베이·신장·광둥·산시·후난·헤이룽장 등에서 벌어진 숱한 탄광 사고의 현장에 달려가 유가족의 통곡을 들어야 했다. 언론에 등장한 공식 출장만 15차례이다.

밑바닥 노동자서 사장까지 경력
책임자 거짓말 그자리서 ‘간파’
“배나온 사장, 다 잡아들여” 독설

지난해 11월27일 벤젠 오염처리를 위해 쑹화강변의 칼바람을 맞고 서 있던 그는 17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근 치타이허 둥펑탄광 사고 소식을 접했다. “초췌한 이 노인은 모자도 안 쓰고 베이징에서나 입을 만한 겨울옷을 그대로 걸친 채 영하 12도를 오르내리는 엄동설한의 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났다”(주간 <남방주말> 15일)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사고발생 후 48시간 동안이 긴장도가 가장 높다. 이 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구조작업의 성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리 국장은 “새벽 2시까지 현장을 지켜보다 수면제에 의지해 잠을 청하고 새벽 7시에 다시 침대에서 일어난다”고 했다.

그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과 회견에서 ‘전화 공포증’을 털어놓은 바 있다. “하늘도 두렵지 않고 땅도 두렵지 않다. 다만 두려운 건 한밤중에 걸려오는 전화다. 한밤중에 오는 전화 치고 좋은 소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중국에서 ‘독한 말’을 가장 많이 내뱉은 관리로도 꼽힌다. 둥펑탄광에서는 “국유탄광이 어떻게 민간 꼬마탄광만도 못한가!”라고 질책했다. 허베이 탕산에서는 “사장 배는 왜 저리 튀어나왔나? 어떤 놈이 뒤를 봐주고 있나? 다 잡아들여!”라고 소리쳤다. 말은 험하게 했지만 ‘엄포’만으론 한계가 있다. 그는 “우린 총도 대포도 없고 오로지 진군나팔밖에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중국 지도부가 그를 산업안전 총책임자로 임명한 건 1967년 중국석유대학 졸업 이후 30년 동안 중국석유공사의 밑바닥 노동자에서 총경리(사장)까지 올라간 그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생산과 경영을 두루 꿰고 있는 그는 사고 탄광주들의 거짓말을 그 자리에서 간파해내는 걸로 유명하다. 지난 4월 후난 룽푸 탄광 대표가 과부하 생산을 감추기 위해 “매년 8000t 생산해왔다”고 하자 리 국장은 즉각 “거짓말 마라, 그 걸론 광부들 월급도 제대로 못준다”고 꼬집었다.

리 국장은 4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앞으로 더 이상 ‘피투성이 GDP’는 안 된다”며 “안전한 발전”을 강조했다. 꼬리를 무는 대형사고에 지친 중국 인민은 사자처럼 포효하는 원칙주의자인 리 국장이 산업안전의 주춧돌을 놓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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