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비에스> 방송의 웨이쟈 장 기자(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을 듣고 있다. <시엔엔> 방송 화면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물어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중국 관영매체가 미국 내 관련 동향까지 소개하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질문을 한 기자에게 ‘중국에 물어보라’고 한 말이 소셜미디어에서 인기 검색어가 됐다. 중국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누리꾼들의 조소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적 희극 수준인 ‘중국에 책임 떠넘기기’가 11월 미 대선에서 공화당의 주요 전략이 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미국이 중국한테 물어야 할 것은 대체 무엇이겠느냐”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시비에스>(CBS) 방송의 웨이쟈 장 기자가 “매일 미국인이 죽어가는데 왜 코로나19 검사 역량을 국제적 경쟁으로만 여기느냐”는 질문에 “나한테 묻지 말고, 중국에 물어보라”고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그는 후속 질문이 이어지자 돌연 회견을 중단한 바 있다. 웨이쟈 장 기자는 중국계 여성이다.
한 누리꾼은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 “트럼프는 항상 중국한테 물어보라고 한다. 언젠가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가 누구냐’는 질문에도 중국한테 물어보라고 답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비꼬았다. 다른 누리꾼은 “트럼프는 비난전의 절정 고수가 됐다. 웃기는 블로거처럼 군다”고 썼다.
쑨청하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난처하거나 어려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중국에 물어보라’며 중국을 비난하는 게 버릇처럼 굳어졌다”며 “백악관 내부에서까지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는 등 모든 게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갈수록 마스크를 쓴 기자들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여론이 거세다. 인터넷 매체 <인터셉트>의 칼럼니스트 메흐디 하산은 트위터에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비겁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수전 지린스키 <시비에스> 뉴스부문 사장은 12일 오전 편집회의에서 ’웨이쟈 장 기자를 비롯한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어렵고도 중요한 질문을 마다하지 않는 것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논란이 번지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트위터’에 “중국이 미국에 한 짓 때문에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화가 나 있다. 특히 중국계 미국인들이 가장 화가 많이 나 있다. 그럴 만 하다”고 썼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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