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폐쇄된 27일 현장 주변으로 몰려나온 주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두/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보복 조처로 중국이 요구한 쓰촨성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가 27일 마무리됐다. 미-중 갈등이 외교공관 폐쇄란 극단적인 사태까지 치달으면서, 중국에선 ‘애국 열풍’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관영 <신화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쪽은 이날 오전 6시18분께 국기를 내린 데 이어 ‘폐쇄 시한’인 오전 10시께 시설 폐쇄와 인력 철수 등 모든 절차를 마쳤다. 이로써 청두 총영사관은 지난 1985년 개설 이후 35년 만에 처음으로 업무를 공식 중단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성명을 내어 “청두 주재 총영사관의 업무를 종료했다”며, 중국 쪽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중국 쪽은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총영사관을 ‘접수’했다. 중국 외교부 군비관리사는 이날 낮 소셜미디어(웨이보) 계정을 통해 “우리는 정문을 통해 들어가 정당하게 총영사관 접수절차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오후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 폐쇄된 직후 현장에 도착한 미 국무부 관계자들은 잠긴 정문을 여는 데 실패하자, 뒷문을 강제로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 바 있다.
중국 공안(경찰)은 이날도 아침 일찍부터 청두 미국 총영사관 주변 도로를 차단한 채 일반인의 접근을 막았지만, 폐쇄 시한인 오전 10시를 전후로 주민 수백명이 다시 총영사관 앞으로 모여들었다. 소형 중국 국기와 ‘중국 공산당, 인민 만세’ 등의 구호가 적인 손팻말을 들고 나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폐쇄 시한인 오전 10시가 지나자, “시간이 지났다. 강제로 끌어내라” 등 주장을 올리기도 했다.
앞서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통보한 지난 24일 이후, 현지에선 이를 환영하는 인파가 총영사관 주변으로 꾸준히 몰려들었다. 휴일인 26일엔 모여든 주민 수백명이 기념 사진을 찍거나 중국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한 주민은 <로이터> 통신에 “중국은 (미-중 갈등을)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정도로 강한 나라”라며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몰려든 주민들은 총영사관에서 차량이 나올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다”며 “일부 주민은 애국주의적 성향의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다가 공안(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청두경찰서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선 지난 24일 총영사관 부근에서 폭죽을 터뜨렸다가 체포된 남성에게 ‘관대한 처분’을 내려달라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미-중이 단교 다음으로 엄중한 조처인 외교공관 폐쇄까지 주고받으면서, 양국 갈등 추가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전문가의 말을 따 “미 대선까지 남은 석달여가 가장 위험한 시기”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공세를 지속하면 중국도 보복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어,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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