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크림 플랫폼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리 영토인 크림반도를 되찾을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각)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크림 플랫폼’ 기자회견에서 “현시점에 휴전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다른 ‘민스크 협정’은 없을 것을 강조하며 “우리는 게임을 하지 않을 거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 영토를 잃어왔다. 이것(협상)이 ‘함정’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스크 협정’이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사이 동부 돈바스에서 벌어졌던 무력 충돌 문제 해결을 위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지난 2014년과 2015년 두차례 체결됐던 정전 협정으로, 현재는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민스크 협정으로 상징되는 러시아와의 협상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크림 플랫폼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크림반도를 되찾기 위한 국제 여론을 모이기 위해 지난 2020년 창설한 국제 회의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흑해 연안 요충지인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했다. 크림 플랫폼은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 전날인 8월 23일에 열리고 있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번째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올해 회의에 주요7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 전 세계 60개 나라 및 국제기구의 대표자들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서방 국가들은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계기로 추가적인 군사 지원 계획을 속속 내놓는 분위기다. 23일 독일 방송 <도이체 벨레>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내년 5억 유로(6670억여원) 수준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려고 준비한 상태라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독일 정부 대변인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IRIS-T 3기, 장갑 복구 차량 12대, 트럭 탑재 로켓 발사대 20개, 탄약 및 대드론 장비 등을 추가로 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30억 달러(약 4조원) 어치 군사 지원 패키지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우크라이나가 당장 필요로 하는 무기를 지원하는 데 힘을 쏟았다면, 앞으로는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무기 지원을 할 생각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독일 공영 <체트데에프>(ZDF)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차원의 추가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비록 유럽 동맹국이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우크라이나 지원 외에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유럽 동맹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아 러시아가 결국 전쟁에서 이긴다면 동맹국이 치러야 할 비용이 더 클 것”이라는 말했다. 그는 ‘전쟁 피로감’에 대해서 경고하며 “(이러한 지원은) 4천만 우크라이나인들과의 연대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는 강대국이 이웃 국가를 침략할 수 없다는 ‘세계 질서’의 원칙이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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