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개인정보 보호 규제 당국이 ‘챗지피티’(ChatGPT) 사용을 일시적으로 금지하기로 결정한 뒤 유럽 각국이 비슷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향후 유럽 전역에서 비슷한 조처가 더 나올지에 눈길이 쏠린다.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개인정보 보호 규제 당국은 이탈리아 당국이 최근 취한 챗지피티 사용 금지 조처의 근거를 파악하기 위해 이탈리아 쪽에 연락을 취했다고 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밝혔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감지된다. 독립 기관인 독일 연방 데이터 보호 위원회 대변인은 독일도 이탈리아에 “추가 정보”를 요청했다며 “독일에서도 비슷한 조처가 적용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독일 신문 <한스델블라트>가 3일 보도했다. 개인정보 보안 문제를 이유로 이탈리아처럼 챗지피티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차단까지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챗지피티는 미국 스타트업 기업인 오픈에이아이(Open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뒤 전 세계 시민 수백만 명이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이용자가 챗봇에 질문을 입력하면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답변을 내놓거나, 다양한 글쓰기 작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유용성이 있는 반면, 챗지피티가 일부 직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정보 보호 규제 당국이 이러한 규제 조처를 검토하는 법적 근거는 유럽 전역에 적용되는
‘일반 정보 보호 규정’ (GDPR)이다. 이 규정은 유럽연합 안에서 사람과 관련된 정보를 다루거나 수집하는 경우라면 어떤 조직이든 적용할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표준을 위반한 기업은 수천만유로에 달하는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이탈리아 정보 보호 당국은 챗지피티의 개인정보 수집 상황을 들여다보는 조사를 시작했다면서 이 프로그램 접속을 일시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챗지피티 이용자들의 대화 내용과 일부 금융 정보가 9시간이나 노출되는 사이버 보안 문제가 발생한 뒤 조처를 취한 것이다. ‘가란테’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정보 보호 기관은 챗지피티가 이용자들의 나이를 확인하지 않고, 챗봇을 훈련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수집, 저장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챗지피티가 20일 안에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천만유로(약 286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기관은 중국 업체가 소유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유럽 개인정보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챗지피티 규제를 둘러싸고 각국 정보 보호 당국과 정부의 입장에는 다소 온도 차가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각국의 정보 보호 규제 기관은 독립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부 역시 정보 보호 당국의 조치에 “과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독일 정부도 챗지피티를 금지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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