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라 스터전 당시 스코틀랜드 수석장관 겸 스코틀랜드국민당 대표가 2019년 12월 13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었던 니컬라 스터전이 11일(현지시각) 당 재정 유용 의혹과 관련해 체포돼 7시간 넘게 조사받고 풀려났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세력에 타격이 예상된다.
스코틀랜드 경찰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스터전 전 수석장관(52)이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자금과 재정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된 용의자로 체포되어 조사받은 뒤 기소 없이 풀려났으며, 추후 조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에이피>(AP) 등 외신이 보도했다. 경찰은 스터전 전 수석장관이 이날 오전 10시9분에 체포됐으며, 오후 5시24분 석방됐다고 덧붙였다.
경찰 수사는 스터전 전 스코틀랜드 수석장관이 스코틀랜드국민당의 대표였던 당시 ‘제2차 분리·독립 주민투표’ 추진을 명분으로 모금한 60만 파운드(9억7500만원)의 유용 여부로 모이고 있다. 주민투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금의 사용처를 놓고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스터전 전 수석장관의 경찰 조사는 지난 4월 그의 남편이자 스코틀랜드국민당의 살림을 맡았던 피터 머렐 전 사무총장이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난 뒤 두 달 만이다.
현지 언론은 남편인 머렐이 체포된 직후 경찰이 그의 어머니 집에 주차돼 있던 고가의 캠핑카를 압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스터전의 후임으로 당 대표로 선출된 훔자 유사프는 압수된 차량이 당에서 구입한 것으로 자신도 당 대표가 된 뒤 알았다고 말했다.
기금 유용 의혹을 둘러싼 경찰의 수사가 스터전 전 수석장관에까지 확대되면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지지세력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해 55%대 45%로 영연방 잔류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2년 뒤 영국이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자, 스터전 당시 스코틀랜드 수석장관은 독립 주민투표를 다시 추진했다. 유럽연합 탈퇴가 잔류 지지가 62% 대 38%로 압도적으로 높은 스코틀랜드 주민의 의사와 반하기 때문이라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영국 정부와 의회의 강력한 반대에 막혀 두 번째 주민투표 계획은 표류했다.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는 “독립 주민투표는 한 세대에 한 차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반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금 유용 사건은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추진 동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스터전 전 수석장관은 이날 경찰 조사 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스터전은 2014년 스코틀랜드국민당 대표 겸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석장관에 취임한 뒤 8년 남짓 재직하다 지난 2월 “스코틀랜드 독립을 위해 새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깜짝 사임 발표를 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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