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폭발물이란?
2ℓ만 터뜨려도 비행기 한면 날려
“지금의 공항 검색기술로는 샴푸와 액체 폭발물을 구별해낼 수 없다.”
<뉴욕타임스>가 11일 지적한 미국 공항 검색체계의 현주소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막대한 돈을 들여 공항 검색요원 수를 늘리고 금속탐지기와 엑스선 검색기를 개량했지만, 액체 폭발물 검색기술 개발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 신문은 “대부분의 검색기들은 금속 무기를 찾아내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액체 폭발물로 대표적인 것은 건설 현장에서 많이 쓰는 니트로글리세린이 꼽힌다. 폭발성이 강력해 2~3ℓ 정도만 기내에 반입해 터뜨려도 비행기의 한면을 날려버릴 수 있다. 모형비행기의 연료로 사용되는 니트로메탄도 액체폭탄을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영국 폭발물 전문가 시드니 앨퍼드 박사는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니트로메탄을 소량 구하기는 아주 쉽다”며 “액체 폭발물은 겉으로는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는 음료수 병이나 캔에 넣어 쉽게 숨길 수 있다”고 말했다. 뇌관이 문제이긴 하지만, 간단한 소형 전자제품을 이용해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 때도 북한 공작원이 알코올 술병에 액체 폭탄을 숨겨 기내에 밀반입한 뒤 원격조종으로 폭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나온 가장 진전된 검색기술은 탑승객에게 공기를 뿌린 뒤 이 공기 속에서 폭발물 흔적을 탐지하는 것이다. 이 기기는 뉴욕과 워싱턴 등 미국내 30개 공항에 설치돼 있다. 그러나 액체 폭발물을 만진 테러리스트가 용의주도하게 몸을 씻었다면 이 방법으로도 탐지가 불가능하다.
미국 운송안전 당국은 다음주 새로운 검색기술을 시험할 예정이다. 엑스선 검색기로 잡은 영상을 화소 단위로 세밀히 검토하는 소프트웨어다. 이렇게 하면 밀도 차이를 이용해 일반 액체와 폭발물을 구별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찬수 기자, 연합뉴스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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