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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스웨덴 복지’ 궤도 수정?

등록 2006-09-18 19:11수정 2006-09-1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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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패배 불구 복지정책기조 유지될 듯
‘공공부문 비효율’ 개혁 필요엔 국민 공감
17일(현지시각) 스웨덴 총선에서 집권 중도좌파연합이 패배한 건 ‘스웨덴 복지모델’의 파산을 의미하는 것인가. 북유럽에 위치한 나라 스웨덴의 선거에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스웨덴 복지모델이 급격히 해체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우파연합 지도자 프레드릭 라인펠트 신온건당 당수는 “스웨덴 모델을 유지하면서 개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도우파연합이 스웨덴 모델의 핵심기조 일부를 손보겠다는 뜻을 분명히한 상태라, 변화는 불가피하다.

좌파 왜 패했나=스웨덴에선 지난 74년 가운데 65년을 좌파가 단독 또는 연립으로 정권을 잡았을 정도로 좌파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현 요란 페르손 총리(사민당 당수)는 12년 동안 계속 집권해왔다. 스웨덴 좌파는 전통 좌파와는 다른, 중도좌파 성향의 유럽식 사회민주당 틀을 갖고 있다.

좌파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론 실업률과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이 꼽힌다. 녹색당 지지에서 신온건당 지지로 바꾼 앤더스 벵손(45)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일을 안 하고 정부에 기대서 산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공식 실업률은 6%로, 높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엔 정부 보조를 받고 장기휴직을 한 사람이나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사람 등은 제외돼 있다. 맥킨지세계연구소는 올해 초 “스웨덴의 실질 실업률은 15∼17%”라고 추산했다. 중도우파연합은 “기업 규제를 완화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의 80%에 달하는 실업보조금을 65%로 줄이겠다”고 공약해 민심을 끌어들였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스웨덴 공공부문은 너무 비대한 반면에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반면에 민간부문의 일자리 숫자는 1950년보다 늘어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 주간지는 “좌파가 계속 집권할 수 있었던 건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인구 비율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복지모델의 실패인가=‘스웨덴 복지모델’의 핵심은 높은 세금을 걷는 대신에 폭넓은 복지혜택을 국민에게 베푸는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면서도 수십년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왔다. 올 2분기 스웨덴의 경제성장률은 5.6%로, 유럽연합 국가들의 평균 성장률을 훨씬 넘어선다.

이 점 때문에 세계 많은 나라들은 ‘스웨덴 모델’을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모범으로 여겼다. 지난해 <가디언>은 “스웨덴이야말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가장 성공한 사회”라고 평했다.


그런데도 집권좌파가 패한 이유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있다. 얀 엘리아슨 스웨덴 외무장관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우리는 너무 오래 정권을 잡았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식상함이 변화의 원인이란 뜻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스웨덴 모델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좀더 많다. 사회 전체가 고령화되어가는 상황에선,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이루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로 정권을 잡은 중도우파연합은 개혁을 공언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무 것도 안 하면 복지혜택은 줄어들고 세금은 올라갈 것이라고 라인펠트 신온건당 당수는 말한다. 그는 규제 완화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궁극적으로 정부 세수를 늘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평했다. 스웨덴 국민들은 개혁을 선택했다. 이것이 스웨덴 복지모델을 서서히 폐기하는 과정으로 갈지, 아니면 보완하는 차원에서 끝날지는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힘든 것 같다.

박찬수 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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