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도자>
풍자영화 ‘나의 지도자’ 화제
“나치범죄 가볍게 다뤄” 논란
“나치범죄 가볍게 다뤄” 논란
[통신원 리포트 = 베를린]
독일인이 히틀러에 대해 웃을 자격이 있을까?
2004년 독일이 최초로 제작한 히틀러 영화 <몰락> 이후 이번에는 독일에서 히틀러에 관한 코미디 영화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를 계기로 ‘히틀러가 독일에서 과연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논쟁도 불붙고 있다.
<나의 지도자>라는 제목의 히틀러 풍자 코미디 영화는 이미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히틀러를 희화화한 영화로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가 있지만 독일 국내에서 만든 영화 중 히틀러 풍자 영화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영화를 만든 감독 다니 레비는 스위스 출신 유대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히틀러 상을 왜곡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무시무시한 나치범죄를 가볍게 다룬다는 것이다.
영화 속의 히틀러는 목욕탕 안에서 장난감 군함을 가지고 논다. 때는 전쟁의 막바지이던 1944년, 히틀러는 심리 장애를 심하게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선동장관 괴벨스는 강제수용소에 있던 유명 유대인 연극 선생을 불러들여 히틀러에게 연설을 연습시킨다. 결국 유대인 연극 선생 그륀바움은 히틀러의 심리치료사의 역할까지 떠맡는다. 불우한 유년 시절로 인해 심리결함을 가진 독재자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관객들에게 심지어 안쓰러운 감정까지 자아내게 한다.
2차 대전 종전 60년이 지난 지금도 히틀러는 독일인에게 껄끄러운 존재다. 포르자 연구소의 여론조사를 보면, 독일인의 56%가 다니 레비의 히틀러 풍자 영화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독일 유대인 중앙위원회 부의장 디터 그라우만은 “히틀러는 우스꽝스러운 광대가 아니라 학살자였다”며 “웃음이 목에 걸린다”고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반면, 독일 <베데에르>(WDR) 방송국장 프리츠 플라이트켄은 “가차없는 패러디로 나치 시스템을 까발렸다”며 레비 감독의 용기를 높이 샀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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