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정권 당시 비밀경찰 협력 자백 의무화
폴란드판 과거청산법이 15일 발효됐다.
비밀경찰 협력 여부를 자백하도록 의무화하는 이 법률의 발효에 따라, 1989년 사회주의체제 붕괴 전의 공직자·학자·언론인·공기업 간부 등 많게는 70만명이 ‘자백서’를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사회주의 정권 상층부 2만8천여명만 조사하도록 규정한 97년 제정 법률보다 조사대상을 크게 넓힌 것이다.
72년 7월 이전 출생자들로 이뤄진 대상자들은 비밀경찰 문서 등과 대조해 거짓을 써낸 것으로 확인되면 10년 동안 공기업에 취업할 수 없게 된다. 민간기업 종사자들은 해당 기업의 처분에 맡기기로 했다.
폴란드 정부는 “폴란드는 공산주의 시대를 극복하고 장기독재의 사회적,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힘겨운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비밀경찰 출신의 공직과 연금 박탈을 규정한 법안을 마련 중이다.
과거청산에 미온적이던 폴란드가 돌연 과거와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2005년 우파 ‘법과 정의당’이 집권하고서부터다.
하지만 새 법이 음해에 이용될 수 있고, 부정확한 내용을 담은 비밀경찰 문서를 근거로 삼아 문제라고 <비비시>(BBC) 인터넷판이 지적했다. 80년대 자유노조운동 지도자로 반정부활동의 상징이던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은 비밀경찰 문서에 협력자로 명시된 것으로 나타나자 소송 끝에 명예를 되찾았다.
폴란드에서는 1월 스타니슬라브 빌구스 바르샤바 대주교가 사회주의 정권 시절 20년간 비밀경찰에 사제들의 동향을 알려온 것으로 드러나 물러나는 등, 그물망처럼 펼쳐진 비밀경찰 조직에 협조했던 이들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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