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저층 선호로 철거·해체 잇따라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고층 아파트가 독일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낡은 고층 아파트를 재건축해 초고층 아파트를 잇따라 짓는 한국과 달리 독일에서는 4~5층 규모의 저층 빌라나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다.
독일 서부 루르지역의 변두리 캄프린트포르트에 1970년대에 지어진 16층 아파트 200가구는 폭파철거를 기다리고 있다. 당시 노후대책으로 이 아파트를 장만했던 소유자들은 “70년대의 건축 죄과를 우리가 치르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했다. 다른 지역 아파트단지들도 같은 폭파 방식으로 철거될 전망이다. 동독지역에서는 1990년 통일 뒤 지금까지 모두 20만가구의 고층 아파트가 해체됐다. 지역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미관을 해치는 고층 아파트 철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960~70년대에 서독에서 고층 아파트는 도시의 급속한 성장과 맞물려 주택난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당시 아파트단지는 미래의 주거형식으로 각광을 받았다. 동독에서도 고층 아파트는 큰 인기를 누려, 통일 전까지 누구나 살고 싶어하던 공간이었다.
평등과 효율을 상징하던 고층 아파트는 이제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흉물로 인식되는 실정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폐건물이 되거나 슬럼화해 사회문제까지 되고 있다. 때문에 애물단지로 바뀐 고층 아파트 해체를 서두르고 있다.
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일반 주택이나 저층 ‘빌라’형이다. 특히,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에 지어진 5층 건물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무척 낡았지만 개·보수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옛 건물은 천장이 높고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어 난방비가 많이 들지만, 유럽인에게 운치 있는 주거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건축담당 관리 귄터 코츨로프스키는 “도시 재개발지역에서 고층 아파트를 철거하는 것이 지역 이미지를 바꾸는 중요한 상징적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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