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닭들이 좁은 닭장에 갇힌 모습을 담은 동영상. <인디펜던트> 홈페이지
A4용지만한 공간에서 혹사
‘인디펜던트’ 비윤리성 고발
‘인디펜던트’ 비윤리성 고발
‘가로 21㎝, 세로 29.7㎝ 크기의 A4 용지.’ 영국 달걀 시장의 약 70%에 해당하는 연 1억개의 달걀을 생산해 공급하는 ‘홀스워디 베이컨 농장’의 산란닭 한 마리가 평생 살아야 할 면적이다. 산란닭들은 날개를 펼 수도 없고, 몸을 돌릴 공간조차 충분치 않은 철창 안에서 평생을 산다. 영국 소비자가 먹는 달걀 다섯 가운데 세 개가 이런 환경의 산물이다. 한가로워 보이는 농장의 겉모습과 달리, 공장식 농장의 바닥부터 천장까지 쌓아 올린 좁은 닭장 하나에 5마리씩 빼곡하게 차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가 시민단체 ‘세계영농에 대한 연민’(CIWF)과 함께 홀스워디 농장에 잠입 취재해 27일 보도한 르포기사의 일부다. 이 단체의 레슬리 램버트 박사는 “이런 농장들은 생산량 극대화를 목표로 설계됐다”며 “닭들은 평생 밖에 나가지도, 햇빛을 보지도, 운동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요리사 휴 핀리-휘팅스톨이 최대 5만마리의 병아리를 키울 수 있는 공장식 농장의 열악한 환경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공개한 뒤 영국에선 놓아서 기르는 산란닭의 달걀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이들 달걀의 가격이 51%나 오르자, 식당과 달걀 가공식품 업체들은 여전히 값싼 공장식으로 생산된 달걀을 찾는다. 또 영국 정부는 “가축의 집약생산 방식을 담은 장면은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수백만 가정에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를 들어 <채널4>에서 관련 고발 프로그램의 방영을 불허했다.
유럽연합(EU)은 1999년 산란닭 공장을 금지했지만, 영국은 양계업자들의 ‘로비’로 법령 시행이 2012년까지 연기된 상태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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