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당, 밀로셰비치 축출 후 8년 만에 집권 가능성
코소보 독립 선언 이후 발칸 지역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세르비아 총선이 11일 오전 7시(현지시간) 670만 유권자를 대상으로 일제히 시작됐다.
250명의 의원을 뽑는 이번 총선은 지난 2월17일 코소보가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한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각국이 잇따라 코소보를 승인함에 따라 코소보를 인정한 EU에 가입할 수 없다는 민족주의 세력과 EU 가입과 코소보 수호는 별개라고 주장하는 친(親) 서방 세력이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강경 민족주의자인 토미슬라브 니콜리치 총재가 이끄는 세르비아 급진당(SRS)은 EU가 코소보를 주권국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EU에 가입하는 것은 코소보 독립에 서명하는 꼴이라며, 세르비아를 끝까지 지지해준 러시아와의 유대 강화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친(親) 서방 성향의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DS)은 "이번 선거를 통해 세르비아는 EU의 일원이 될 것인지, 발칸 반도에서 고립된 채 밀로셰비치 시절로 회귀할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라며 EU 가입 만이 세르비아의 살 길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는 급진당이 34%의 지지율로 민주당(33%)을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으나 양당 모두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온건 민족주의 성향의 세르비아민주당(DSS)이 '킹 메이커'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12% 정도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세르비아민주당의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총리는 지난해 1월 총선 뒤에는 타디치 대통령과 제휴, '친 서방' 정권을 창출해냈지만 코소보 독립 선언 이후 타디치의 민주당과 완전히 결별, 이번에는 급진당과의 제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현실화되고 세르비아민주당이 급진당과 제휴할 경우 세르비아는 2000년 밀로셰비치 축출 이후 8년 만에 강경 민족주의 정당이 권력을 잡게 된다.
그러나 일부에선 EU가 친 서방 정당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안정제휴 협정에 서명하고 막판 세르비아에 비자 면제 혜택까지 준 것이 젊은이들의 표를 잠식하고 코슈투니차의 지지율이 예상보다 떨어질 경우 두 당이 제휴해도 정권을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EU 주요국들은 이번 총선에서 급진당이 집권할 경우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이에 따라 발칸 반도 전체의 정세도 다시 혼란스러워 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친 서방 민주당 지원에 총력을 쏟아왔다.
이번 총선은 유엔과 서방 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거주 지역에서도 강행될 것으로 보여 선거 결과와 코소보 유엔행정기구와의 충돌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투표는 오후 8시까지 이어지고 초기 개표결과는 투표 마감 2시간 정도 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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