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인상·기업 국유화 등 좌파 정책 도입
시장 실패에 대한 국가 개입 주창 등 닮아
시장 실패에 대한 국가 개입 주창 등 닮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공통점은? 둘 다 우파란 점이다. 우파 앞에 중도란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이들은 최근 좌파정책을 별 거리낌 없이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파의 외연은 넓어지고, 좌파의 활동공간은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9일 사회보장제도의 하나인 ‘적극적 연대 소득’(RSA)의 수혜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경제위기로 치솟는 청년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2년 이상 직장에 다닌 25살 미만의 청년들에게도 실업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적극적 연대 소득이란 실업수당보다 적은 급여를 받고 재취업하는 실업자에게 그 차액만큼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실업자의 재취업을 장려하기 위한 이 정책은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대선후보의 지난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다. 프랑스의 2분기 청년 실업률은 24.6%에 이른다.
사르코지는 적극적 연대 소득의 수급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자본소득에 1.1%의 세금을 새로 부과하고 있다. 부유층의 세부담을 늘리는 자본소득세 인상은 사르코지가 집권하면서 약속한 감세정책과도 어긋난다. 사회보장 확대와 금융기관 임직원의 연봉제한, 파산 금융기관의 신속한 국유화, 부자 증세 등 사르코지가 금융위기 이후 보여온 행보는 우파의 경제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좌파에 친숙한 경제정책들이다.
통상 우파의 경제정책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이 추진했던 복지 축소, 노동유연성 확대, 공기업 민영화, 규제완화, 감세 등으로 대표된다.
지난 27일 독일 총선에서 연임에 성공한 메르켈 총리도 ‘온정적 보수주의’ 또는 좌파적 색채를 띤 경제정책을 통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는 금융위기 와중에서 노조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려 애썼다. 메르켈은 지난해 말 일자리 보호를 위해 노사정 대화를 통한 ‘사회적 타협’을 이끌어냈다. 대기업들을 만나 자발적 해고 방지 정책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우파의 보수주의 경제관을 지녔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사르코지와 메르켈은 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실패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적극 주창해왔다. 지난 30년 동안 지구촌의 경제적 이데올로기로 군림해온 ‘앵글로색슨(영미식) 자본주의 모델’을 맨 앞에서 비판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금융개혁안은 두 지도자의 의지가 없었다면 거의 불가능했을 정도다.
메르켈과 사르코지가 앞으로도 계속 좌파적 경제정책을 채택할지는 불투명하다. 좌파 사민당 대신 새롭게 메르켈의 연정 파트너가 된 자유민주당은 벌써부터 감세 등 친시장 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단 메르켈은 28일 자유민주당의 급진적인 ‘우향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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