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친스키 부인 주검 귀환
13일 오전 폴란드 바르샤바는 흩뿌리는 봄비와 국가적 참사를 당한 시민들의 눈물로 또한번 젖어들었다.
지난 10일 러시아 변방에서 비행기 추락사고로 대통령이자 남편인 레흐 카친스키와 함께 숨진 부인 마리아 카친스카(67)의 주검이 돌아온 날이었다17일. 특히 그의 슬픈 귀환이 남편보다 이틀이나 늦어진 사연이 알려지면서 폴란드인들의 비통함은 더욱 깊어졌다. 폴란드 정부 대변인은 “(사고 당시 충격과 폭발로) 주검의 손가락에 끼워진 결혼반지와 손톱의 광택 매니큐어칠만으로 카친스카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운구차가 공항에서 대통령궁까지 오는 동안 폴란드 국기로 덮인 대통령 부인의 관 위에는 시민들이 얹은 노란 튤립이 수북이 쌓였다. 대통령 부인이 2008년 ‘마리아 카친스카’라는 자신의 이름이 붙여진 노란 튤립의 구근을 경매해 자선사업에 내놓았던 것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추모였다. 이틀 전 카친스키 전 대통령 주검을 맞을 때보다 이날 폴란드인들의 감정은 더 북받쳐보였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4일 전했다.
대통령 내외의 관이 나란히 놓인 대통령궁 앞 애도행렬이 서 있던 알리챠 마르샬레크는 <에이피>(AP)통신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차례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을 빼먹고 추모하러 왔다는 한 학생은 “카친스키 대통령의 정책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 그건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폴란드 정부는 오는 17일 이번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합동추모식에 이어 18일 국장을 치를 계획이다.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는 폴란드 남부 크라코프의 노틀담 성당에서 영결미사를 올린 뒤 바벨성 대성당에 안장될 계획이라고 크라코프 교구의 스타니스와프 지비시 대주교가 13일 밝혔다. 그는 “카친스키 대통령 내외는 (폴란드 독립운동의 아버지) 요제프 필드수스키 옆에 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례식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반 롬푸이 유럽연합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세계 정상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카친스키 대통령의 바벨성 안장에 대한 반대도 나오고 있다. 바벨성은 14세기부터 폴란드 왕들의 대관식이 열렸던 곳인데다, 1,2차 세게대전 당시 폴란드 장성들이 안장돼 있으며, 폴란드 출신의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의 주교좌 성당이 있는 폴란드의 상징적 역사유적지다. 카친스키의 장례 장소가 발표되자 크라코프 시민 수백명은 바벨 성당 앞에서 “그(카친스키)가 왕에 걸맞느냐?”고 쓰인 팻말을 들고 “크라코프는 안된다고 말하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고 현지 <피에이피>(PAP) 통신이 전했다.
한편 사고원인을 조사중인 러시아 당국은 13일 사고 현장에서 세번째 블랙박스를 발견했다. 러시아 항공위원회 관계자는 “이 블랙박스는 폴란드가 나중에 장착한 것으로, 폴란드로 보내 자세한 조사를 할 계획이며 러시아쪽 전문가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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