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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난 아직 살아 있어” “고맙구나, 장하다”

등록 2011-07-27 20:36수정 2011-07-27 21:30

딸은 ‘총격 현장’ 엄마는 ‘집’
절박했던 ‘2시간 문자대화’
딸 율리, 다행히 살아남아
“엄마, 경찰에게 빨리 와달라고 해주세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경찰도 알고 있단다. 율리야, 5분마다 살아 있다는 문자를 보내주겠니?”

“죽을까봐 두려워요.” “꼭 숨어 있으렴. 아무 데로도 움직이지 마.”

지난 22일 노르웨이 테러범이 노동당 청년 캠프가 열리던 우퇴위아섬에서 공포의 살육극을 벌이던 당시, 율리 브렘네스(16)라는 여학생이 엄마 마리안네와 다급하게 주고받은 휴대전화 단문메시지 대화를 26일 현지 일간 <베게>(VG)가 공개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모녀의 문자메시지엔 절박함과 침착함이 함께 묻어난다. 다행히 율리는 광기의 현장에서 살아남았다. 문자 대화는 오후 5시10분부터 경찰 특공대가 도착할 때까지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딸은 “엄마, 때때로 내가 잘못하지만 엄마를 사랑해요”라고 썼다. 엄마는 “알아, 우리도 널 너무 사랑해”라며 “지금도 총소리가 들리니?”라고 물었다. 딸이 “아뇨. 경찰이 왔어요”라고 답하자, 엄마는 “총 쏘는 자가 경찰 복장을 하고 있다니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딸이 다시 “우린 몰랐어요”라고 밝혀, 범인을 경찰로 오인한 희생자들이 많았던 정황이 확인됐다. 율리는 “무섭기는 하지만 패닉(공황 상태)은 아니에요”라며 의연함을 보였다.

다시 한참 뒤, 엄마가 “이젠 통화할 수 있니?”라고 묻자 딸은 “(범인이) 지금도 총을 쏘고 있지만 난 아직 살아 있다”며 엄마를 안심시켰다. 엄마는 “고맙구나. 장하다”고 화답했다. 문자 대화는 오후 7시1분에 율리가 “뉴스에선 뭐래요?”라고 묻자 엄마가 “경찰이 범인을 체포했다”고 알리면서 끝났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26일 “엄마 마리안네는 ‘딸은 강한 소녀였다’며 안도했지만, 이번 사건의 충격이 이들에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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