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배출권 구입 또는 t당 100유로 벌금” 조처
중국 항공사들 ‘불복종선언’에 “공항착륙 금지” 압박
중국 항공사들 ‘불복종선언’에 “공항착륙 금지” 압박
유럽이 올해부터 발효한 항공사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조처를 놓고 중국 항공사들이 ‘불복종 선언’을 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 집행기구인 유럽집행위원회는 규제를 따르지 않는 항공사는 유럽 공항에 착륙을 금지시키겠다며 압박 강도를 더 높였다.
<뉴욕 타임스> 등은 유럽집행위원회가 6일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따르지 않는 항공사는 유럽 내 공항 이착륙이 금지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전날 중국 국영 4개 항공사(에어차이나, 남방항공, 동방항공, 하이난항공)의 연합단체인 중국항공운수협회(CATA)가 유럽의 규제에 따른 추가비용을 내지 않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처다. 중국 정부도 이날 “중국은 유럽연합의 일방적인 규제에 반대한다”며 항공사들을 두둔하고 나서, 정부간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있다.
유럽 배출거래계획(ETS)은 2005년 출범했으며 올해 1월1일부터 정식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 규제는 항공사들이 정해진 범위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려면 탄소배출권을 구입하도록 하고, 배출권을 구입하지 않을 경우 초과 배출량 1t당 100유로(15만원)의 벌금을 내는 것이 뼈대다.
유럽위원회 기후변화행동의 대변인 이사크 발레로라드론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벌금보다는 훨씬 싸기 때문에 모든 항공사들이 규제를 따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1년간 항공사별 탄소배출량을 정산한 뒤 시장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이 법에 반대하고 있지만 대놓고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고 있어, 중국이 총대를 메고 나선 모양새다. 중국항공운수협회는 이 법의 시행에 따라 중국 항공사들이 추가 부담해야 할 돈이 올해에만 8억위안(1473억원)에 이르고, 2020년이면 비용부담은 그 세 배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국항공운수협회 부위원장인 차이하이보는 <로이터> 통신에 “중국뿐 아니라 미국, 러시아 등도 유럽의 이런 일방적인 조처에 강력히 항의할 것으로 본다”며 “(우리에게) 탄소배출에 대한 벌금을 부과한다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5일 “유럽이 실용적인 태도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이미 의회에서 항공사들이 유럽의 배출거래계획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논의중이다.
홍콩 다이와증권의 분석가인 켈빈 라우는 “중국 항공사들은 온실가스 감축계획에 철저히 반대하고 있는 당국의 지침에 따라 정치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유럽은 이미 이 규제를 법제화했고, 절대로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쪽의 대립이 적당히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내년 4월로 예정된 항공사별 탄소배출량 정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정치적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