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스페인 등 영공통과 불허
오스트리아 공항에 임시 착륙
공항 경찰 수색 받고서야 이륙
남미국가들 반미여론 끓어올라
오스트리아 공항에 임시 착륙
공항 경찰 수색 받고서야 이륙
남미국가들 반미여론 끓어올라
남미의 대표적 반미국가인 볼리비아의 대통령 전용기가 미국 정보기구의 도·감청 행태를 고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태웠을지 모른다는 의심만으로 유럽 영공 통과를 사실상 저지당하고 유럽 공항에 발이 묶이는 전례 없는 일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볼리비아 정부가 유엔 개입을 요청하기로 하고, 남미 주요 국가들이 이를 비난하며 정상회의 소집 움직임을 보이는 등 외교적 파문이 커지고 있다. 볼리비아 대통령 전용기는 공항에 묶인 지 12시간 만에 비행을 재개했지만, 유럽 공항 경찰에 형식적으로나마 전용기 수색을 허락하는 등 외교적 수모를 당했다.
3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방송 <시엔엔>(CNN) 등은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전용기가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2일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을 떠났으나 연료를 공급받을 경유지인 포르투갈 리스본 공항 당국이 착륙을 불허하고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이 영공 통과를 거부해,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 임시 착륙한 뒤 12시간 동안 발이 묶였다고 보도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대통령 전용기에 스노든이 타지 않았다고 공식 부인했다.
애초 모랄레스 대통령은 가스수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려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과 더불어 지난 1~2일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선 반미 성향의 베네수엘라나 볼리비아의 대통령 전용기가 모스크바 공항 환승구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노든을 직접 데려갈 수 있다는 추측 보도가 이어졌다. 여권과 여행증명서가 말소돼 공항 환승구역에 발이 묶인 스노든을 망명지로 데려갈 실효성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망명 허용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모랄레스 대통령은 “(망명 요청을) 호의적으로 검토할 뜻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사정 탓에 볼리비아 대통령 전용기에 스노든이 탔으리라는 의심을 산 것이다.
하지만 스노든이 탑승했다는 분명한 증거도 없이 이런 일이 벌어지자 남미를 중심으로 반미 여론이 들끓고 있다. 볼리비아 고위 각료들은 “유럽 국가 정부를 활용한 미국의 적대 행위” “대통령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남미 주변국들도 미국과 유럽의 관련국들을 비난하며 볼리비아를 지지하고 나섰다. 쿠바 외교부는 성명을 내어 “중남미 모든 국가들을 공격하는 전횡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에콰도르, 페루, 아르헨티나 등이 이 문제를 논의하려고 남미국가연합(UNASUR) 정상회의를 제안하고 나섰다.
외교적 파문이 커지자 유럽 관련국들은 볼리비아 대통령 전용기의 영공 진입을 가로막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섰지만, 볼리비아 쪽은 “전용기 수색을 전제로 영공 통과를 제안받았다”고 주장했다. 볼리비아 쪽은 수색은 끝내 거부했지만 오스트리아 공항 경찰이 전용기 내부를 걸어서 통과한 뒤에야 공항을 출발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볼리비아 유엔 대표부 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중대한 공격 행위”라고 밝혀 파문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노든은 러시아 정부가 사실상 기밀 누설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망명 허용을 하겠다고 선을 긋자 망명 신청을 철회했다. 폭로를 멈출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스노든 관련 첫 보도를 한 <가디언> 기자는 지난 2일 <폭스뉴스>에 나와 “또다른 폭탄이 터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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