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등록 과정 장애물에도
모스크바시장 선거 선전 끝 분패
예카테린부르크선 야권시장 탄생
가디언 “집권세력에 불만 표출”
모스크바시장 선거 선전 끝 분패
예카테린부르크선 야권시장 탄생
가디언 “집권세력에 불만 표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푸틴 민주화 시위대를 달래려고 9년 만에 부활시킨 지방선거에서 몇몇 반정부 인사들이 선전해 ‘절묘한 한방’을 선사했다. 특히 모스크바와 러시아 네번째 대도시인 예카테린부르크 시장 선거에선 야권 후보가 선전해 크렘린궁이 압도적 지원을 쏟아 부은 집권당 후보를 꺾거나 위협했다.
반부패 운동을 하는 유명 블로거로 출발해 반푸틴 세력의 상징적 인물이 된 알렉세이 나발니가 8일 치러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서 집권 통합러시아당 후보인 현 시장대행 세르게이 소뱌닌과 결선투표를 겨룰 뻔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실패했다고 9일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모스크바 시장 선거는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해야 하는데, 나발니의 득표율이 예상을 뛰어넘어 30%에 육박하면서 결선투표에 오를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선관위는 99.6%가 개표된 상황에서 나발니가 27.27%를, 소뱌닌이 51.32%를 득표했다며 집권당 후보의 당선을 확정·발표했다. 그러나 나발니는 “명백한 부정선거”라면서, 결선투표 실시를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예카테린부르크 시장 선거에선 마약 퇴치 활동가이자 야권 후보인 예브게니 로이즈만이 30.11%를 득표해 26.48%를 얻은 집권당 야코프 실린 후보를 꺾고 시장에 당선됐다. 이 도시에선 결선투표제가 도입돼 있지 않다.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러시아 주요 도시 지방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집권당 후보를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러시아 연방을 구성하는 80개 주와 자치공화국 등에서 지방선거가 전면 실시됐지만 야권 후보가 당선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앞서 2012년 3월 대통령 3선 도전을 앞두고 푸틴 당시 총리는 자신과 자리바꿈을 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의 손을 빌려 주지사·시장 등 지방정부 수장을 국민 손으로 직접 뽑도록 선거권을 돌려줬다. 푸틴은 두번째 대통령 임기 중이던 2004년에 지방정부의 부패 척결과 중앙정부 통제력 강화를 명분으로 지방선거를 전면 폐지해 ‘민주주의의 퇴행’이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경제 성장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전을 배경으로 성장한 중산층과 지식인 계층이 현정부의 부패와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껴 2011년과 2012년 대규모 거리시위를 벌이자, 지방선거 부활을 유화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선출직 관리의 5~1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후보 등록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연방 대통령이 후보 검증과 반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갖가지 장애물을 배치해 야권의 약진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결국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집권 통합러시아당의 후보들이 당선됐다. 하지만 모스크바 시장 선거전에서 나발니의 선전이 ‘사실상 승리’로 해석되는 등 푸틴 정부에 경고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 야권이 푸틴 집권 13년 동안 가장 얘깃거리가 많은 선거 성과를 냈다”며 “집권당 후보가 누리는 재정·행정적 특혜와 유리한 언론 보도 없이도 야권 후보들이 거둔 성과는 집권세력에 대한 명백한 불만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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