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대표 솔베르그 총리 선출
극우성향 ‘진보당’도 연정에 참여
극우성향 ‘진보당’도 연정에 참여
9일 치러진 노르웨이 총선에서 우파 정당이 승리해 8년 만에 보수 연립정권이 탄생할 전망이다. 2011년 극우 민족주의에 빠져 77명을 총기 살해한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한때 가입했으며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내건 극우 성향 진보당이 사상 처음으로 연정에 참여한다. 이는 북유럽 4개국 의회 대부분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하고, 집권 세력이 우경화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10일 미국 <유피아이>(UPI) 통신은 총선 투표함 97%를 개표해보니 169석 정원 가운데 옌스 스톨텐베르크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 주도의 좌파 연정이 72석을 획득한 반면에 에르나 솔베르그 보수당 대표가 이끄는 우파 계열 4개 정당은 97석을 얻어 보수 연정이 꾸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솔베르그 보수당 대표가 노르웨이 역사상 두번째 여성 총리로 취임하는 것이 확실시된다.
이민자에 대한 관용을 시험대에 올린 브레이비크 사건의 여운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치러진 총선이었지만 유럽의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표심은 보수 성향으로 돌아섰다. 다만 브레이비크 사건의 영향으로 1990년대 후반 이후 꾸준히 세를 불려온 극우 성향의 진보당은 41석에서 29석으로 의석이 줄었고, 중도 우파인 보수당이 30석에서 48석으로 약진했다. 하지만 극우 성향으로 중도우파 연정에서도 배제되던 진보당이 1973년 창당 이래 처음으로 집권 참여 기회를 잡은 것은 큰 변화다.
영국 <비비시>(BBC)는 “집권 좌파 연정이 유럽 경제위기에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국가를 이끌었다”면서도, 노르웨이의 부를 이끈 석유 경제 이후에 대한 불안감이 보수 성향의 표심을 자극해 정권교체를 불렀다는 분석을 내놨다.
북유럽 주요 국가에선 경제성장이 둔화된데다 유로존 경제위기로 반이민 정서가 자라나고 유럽 통합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등 정치 성향이 보수화하는 추세다. 스웨덴에선 2010년 우파연정이 재집권했고,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5.7%를 얻어 사상 첫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핀란드는 2011년 총선에서 보수 성향인 국민연합당이 중도당을 제치고 연정의 중심으로 나섰다. 특히 극우 성향의 ‘진짜 핀란드인 당’이 2007년 4% 수준이던 득표율을 2011년엔 사민당에 버금가는 19%로 끌어올려 파란을 일으켰다. 덴마크는 2011년 좌파 연정으로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우파 계열보다 겨우 3석을 더 얻은 신승에 가까웠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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