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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오페라·보드카로 불똥튄 러 반동성애법

등록 2013-09-11 20:14수정 2013-09-11 21:18

푸틴 서명으로 효력 발생한 뒤
러시아 문화·상품 불매운동 번져
‘동성애’ 차이콥스키 공연도 논란
“내가 동성애 혐오자라구요? 내가 동성애자들한테 얼마나 많은 상을 줬는지 한번 보시오.…사람들이 얘기하길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는 동성애자였다고 하지요. 진실을 말하자면, 우리는 그 때문에 차이콥스키를 사랑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위대한 음악가였고, 우리 모두는 그의 음악을 사랑하지요. 이게 뭐 어떻다는 겁니까?” (9월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에이피>(AP) 통신 인터뷰에서)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차이콥스키가 다행스럽게도 푸틴 대통령의 비난은 피했지만, 지난 6월 발효한 러시아 반동성애법 탓에 미국 뉴욕에서 공연되는 그의 작품이 희생양이 될 처지에 놓였다고 10일 전했다. 차이콥스키는 자신의 동성애 취향을 괴로워하는 편지를 동생에게 쓴 적이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은 이달 23일 수년 동안 준비한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에프게니 오네긴>을 초연할 계획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공연은 러시아 반동성애법 논란의 유탄을 맞았다. 푸틴 대통령의 반동성애법 서명 뒤 국제사회에선 소치 동계올림픽 보이코트나 러시아산 제품 불매 운동이 제기되는 등 인권탄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런 상황에서 <에프게니 오네긴>의 주연 배우와 지휘자가 푸틴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라는 점이 알려진 것이다. 뉴욕 문화가에 비난 여론이 비등하면서 동성애자인 차이콥스키의 작품 초연 공연을 ‘동성애자 인권’에 헌정하라는 온라인 청원이 7500건 이상 쏟아졌다.

사실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푸틴 대통령을 ‘우리 시대의 피터 대제’로 찬양하는 인물이다. 그는 반푸틴 구호를 외쳤던 페미니스트 록밴드 ‘푸시 라이엇’의 투옥을 지지하고 러시아의 남오세티아 군사개입을 지지하는 콘서트를 지휘하는 정치적 행보를 보였지만, 이번엔 입을 다물고 있다. <비비시>는 이번 논란에 대해 “모든 미국 가수와 화가가 미 국가안보국(NSA) 도청 프로그램이나 총기 관련 법에 대답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어리석다”면서도 “위대한 바그너 지휘자이지만 나치 협력자였던 빌헬름 푸르트뱅글러를 떠올릴 때 예술적 재능을 정치적 감수성에 대한 변명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비비시>는 러시아 반동성애법의 여파로 보드카 시장에도 불똥이 튀었다고 전했다. 대표적 러시아 브랜드인 ‘스톨리치나야’의 보드카를 쏟아버리는 모습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등 불매운동이 미국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불매 운동의 대상이 애매하다. 이 보드카는 러시아 곡물을 쓰긴 해도, 폴란드·이탈리아·라트비아 등 다국적 생산기지를 거치기 때문에 엉뚱한 데 불똥이 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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