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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연정 깨려다…베를루스코니의 망신

등록 2013-10-03 19:25수정 2013-10-03 22:33

유죄확정돼 의원직 잃게되자
연립정부 붕괴 시도로 압박

레타 총리 상원 신임투표서
측근들도 등돌린 결과 나와
“이탈리아 3선 총리의 종말”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제멋대로 연립정부 붕괴를 밀어붙이다가 개망신을 당했다. 그는 세금 포탈 혐의 유죄 확정으로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자 정치적 사면을 요구하며 연립정부 흔들기에 나섰다. 하지만 연정을 이끄는 엔리코 레타 총리는 2일 상원 ‘신임투표’라는 정면 승부로 그의 위협을 꺾었다. 4일 열릴 상원 사면위원회가 베를루스코니의 의원직 박탈을 결정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영국 <비비시>(BBC)는 2일 “레타 총리가 베를루스코니를 가뿐하게 이겼다”며 “연립정부에 대한 상원 신임투표에서 235 대 70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상원은 2월 총선에서 레타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민주당이 108석,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중도우파 자유국민당이 91석을 각각 차지해, 주요 다수당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어떤 정치세력도 과반수 우위를 점하지 못해 두달간의 진통을 거쳐 1·2당인 민주당과 자유국민당, 마리오 몬티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연합이 대연정을 구성했다.

하지만 어렵게 합의한 정치적 균형은 베를루스코니가 처음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자 무너지기 시작했다. 미디어그룹·유통업체·프로축구단 등을 소유한 억만장자 정치인인 베를루스코니는 세금포탈부터 미성년자 성매매까지 다양한 혐의로 40건이 넘는 재판이 걸려 있다. 그는 유죄 확정을 요리조리 피하며 2011년까지 3선 총리로 군림했지만, 자신이 최대 주주인 방송사의 판권 거래 내역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700만유로(약 100억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2억8000만유로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 8월에 유죄가 확정됐다.

베를루스코니는 “근거없는 판결”이라고 반발하며,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했다. 그러곤 자신의 상원의원직 적격 심사를 벌일 상원 사면위원회의 표결을 새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뤄야 한다며 레타 총리와 연립정부를 압박해왔다. 9월29일에는 연정의 부가가치세 인상 반대를 명분으로 내세워 자당 소속 장관 5명의 사임을 지시하고,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등 연정 붕괴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여론은 물론 정치권 내부에서도 “베를루스코니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커졌다. 결국 레타 총리는 2일 상원에서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하겠다고 승부수를 띄웠다. 베를루스코니가 승리를 확신하며 꺼내든 연정 붕괴 카드는 자충수였다. 자신의 지시로 사임한 장관 5명 가운데 3명이 공개적으로 반발 뜻을 밝혔다. 측근 의원들마저 베를루스코니한테 등을 돌렸다. 패배를 예감한 베를루스코니가 투표 직전 “우리는 내부 분란 없이 (현정부를) 신임투표에서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며 허리를 굽혔지만, 개망신을 피하긴 어려웠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자유국민당은 91석인데, 총리 불신임 표는 70표였다. 자유국민당에서만도 이탈표가 최소 21표는 된다는 뜻이다. <비비시>는 “이번 연정 붕괴 시도 실패로 이탈리아 정치에서 베를루스코니의 종말이 도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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