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표 “높은 대학진학률로 경쟁력” 교육장관 “양적 성장은 허상”
대학교육 투자 두고 한국 사례 논쟁
대학교육 투자 두고 한국 사례 논쟁
스웨덴 정치권과 언론에서 한국 교육이 본보기가 될만한지를 두고 때아닌 논쟁이 불붙었다. 이는 지난달 27일 스웨덴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 스테판 뢰프벤 대표가 사흘간 한국을 방문한 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을 들어 스웨덴 집권 여당의 교육 예산과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데서 비롯했다.
뢰프벤 대표는 최근 스웨덴 경제일간지 <다겐스 인두스트리>에 ‘스웨덴은 한국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어 “한국의 교육 수준은 지난 십년 동안 연간 5%씩 성장했지만, 스웨덴의 교육 투자는 계속 둔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은 교육에서 대단히 높은 목표를 설정한 덕분에 지금은 스웨덴보다 훨씬 많은 고등교육 인구를 확보하고 있다”며 “한국은 이로써 글로벌 경쟁에서도 힘을 얻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뢰프벤 대표는 스웨덴 좌파 성향 일간지인 <아프톤블라데트>에는 한국의 지나친 입시 부담과 과중한 등록금 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그의 주장의 요지는, 스웨덴 실업 문제는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고등교육 인력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탓이니 보수연정은 실업 해법으로 감세를 택하는 대신에 대학 교육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웨덴 집권당의 부총리이자 교육부 장관인 얀 비에르크룬드는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허상에 가깝다고 즉각 반박했다. 그는 같은 경제일간지에 ‘한국은 본보기가 안 된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어 “뢰프벤 대표가 한국을 고등교육 문제와 관련한 본보기로 언급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교육의 양적 성장이 고등교육의 질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대학 과정의 3분의 1은 스웨덴에선 고등교육으로 간주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고등교육의 질을 평가한 ‘우니베르시타스 21’(U-21) 순위에서 스웨덴은 1위인 미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2위를 했는데, 한국은 24위에 그쳤다는 것이다.
결국 스웨덴 여야가 ‘감세’와 ‘대학교육 투자’의 우선순위를 논쟁하며 최고 77.8%(2009년)을 기록하는 등 이례적으로 높은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과연 내실이 있는 것인지를 두고 다툰 셈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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