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전 중국 국가 주석(왼쪽)과 후진타오 전 국가 주석.
중국 전 지도부 5명에 ‘티베트인 학살’ 혐의 체포영장
스페인 국적 희생자 있으면 국외 범죄도 재판권 허용
중국 “내정 간섭” 반발…재판 성사 가능성은 낮아
스페인 국적 희생자 있으면 국외 범죄도 재판권 허용
중국 “내정 간섭” 반발…재판 성사 가능성은 낮아
[지구촌 화제]
스페인 법원이 1980~1990년대에 티베트인들을 대량 학살한 혐의로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리펑 전 총리 등 중국 고위 지도부 5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19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스페인 법원은 이날 티베트 인권 단체들과 스페인 국적의 티베트계 승려가 2006년 제기한 반인권 범죄 주장을 받아들여 장 전 주석 등에 대한 체포령을 내렸다. 이에 앞서 스페인 법원은 지난달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을 티베트에서 대량 학살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했다.
스페인 법원은 스페인 국적의 희생자가 한 명이라도 포함돼 있으면 국외에서 이뤄진 반인권 범죄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재판을 허용하는 ‘보편적 재판 관할권’ 원칙을 채택한다. 체포영장은 스페인은 물론 스페인의 체포령을 인정하는 다른 국가에서도 유효하다.
실제 이런 재판권이 적용된 사례도 있다. 칠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인권운동가 살해 등 반인권 범죄로 스페인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1998년 신병 치료차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가 체포됐다. 영국은 스페인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다. 피노체트는 자신의 집권 기간에 스페인 국적의 인권운동가와 민주화운동가들을 비롯해 수많은 이들의 실종·살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영국에서 체포되자 전 국가원수로서 면책특권을 주장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이후 피노체트는 영국에 2년간 억류돼 있다가 고령을 이유로 2000년 피노체트 독재 청산작업이 진행되던 칠레에 송환됐으며, 2006년 91살의 나이로 가택 연금 상태에서 숨졌다.
중국은 이번 스페인 법원 판결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1950년 티베트 점령에 대해 “빈곤과 착취로 어려움을 겪던 티베트 지역을 평화롭게 해방시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티베트는 중국 점령 이후 광범위한 불교·인권 탄압에 반발해 1959년 반중국·반공산주의 봉기를 일으켰다. 당시 중국의 무력 진압으로 많은 이들이 희생됐으며, 종교적·정치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이후 국외 망명 상태로 지내고 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현재로서는 장 전 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이 스페인 법정에 서게 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내다봤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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