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도르콥스키, 20일 석방 뒤 독일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야권을 지원하다 탈세 등의 혐의로 10년동안 시베리아의 감옥에 갇혀 있었던 전 석유재벌 미하일 호도르콥스키(50)가 22일 정치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호도르콥스키는 내년 2월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푸틴이 내린 사면 대상자 명단에 포함돼 지난 20일 옥에서 풀려났으며, 이후 독일로 직행해 그동안 자신의 석방을 위해 애써온 한스-디트리히티 겐셔 전 독일 외무장관과 가족들을 만났다.
그는 22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정치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잃었던 석유회사 소유권을 되찾으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도르콥스키는 지금 러시아로 돌아가면 현행법상 출국이 힘들기 때문에 러시아 당국이 재출국을 보장한다면 돌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푸틴이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자랑하고 싶어하는 소치 올림픽에 대해서도 성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호도르콥스키는‘유코스’라는 거대 석유기업을 소유하며 러시아의 신흥 재벌을 일컫는‘올리가르히’의 대표주자였으나, 지난 2003년 탈세와 사기 혐의 등으로 체포돼 1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호도르콥스키의 지지자들은 푸틴이 경쟁자의 싹을 잘라버리고 유코스를 국영기업화하는 한편 다른 유력한 기업인들에게도 경고하기 위해 호도르콥스키를 박해한 것이라고 여겨왔다.
10년만에 대중 앞에 나타난 호도르콥스키는 푸틴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다. 그는 그동안 옥에 갇혀서도‘편지정치’를 통해 자신의 이념과 정치철학을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지난 2005년엔 푸틴의 권위주의적 체제를 막기 위해 사회민주세력이 대연합해야 한다는 내용의‘좌향좌-비전 2020’이라는 기고문을 언론에 발표해 ‘대통령 출마선언’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반향을 일으켰다. 이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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