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시아 달래기 공들이며
정권 이양 지원 호소도
남부 크림반도도 긴장 높아져
정권 이양 지원 호소도
남부 크림반도도 긴장 높아져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공식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러시아가 “테러리스트” “극단주의자”라는 수사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새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새 정부를 공식 인정할 움직임을 보이며, 러시아 달래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본질적으로 무장 반란의 결과인 것을 두고 합법적이라고 부른다면 이는 인식 능력 이상”이라며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합법성을 부인했다고 <비비시>(BBC) 등이 24일 전했다. 그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든 채 키예프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정부라고 인정한다면 러시아는 그런 정부와 협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를 겨냥해 “러시아계와 다른 소수민족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과도정부) 반대자들을 독재자나 테러리스트들이 쓰는 수단으로 억압하는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 의회·내각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는 고위 안보회의를 소집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으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핵심 이익이 걸린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하원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권 국가 모임) 문제 담당 위원회의 레오니트 슬루츠키 위원장이 이끄는 의회 대표단은 25일 이 지역 정치인들과 만나 “크림 주민들의 투표나 지역 의회 결정으로 크림을 러시아에 병합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러시아는 이를 신속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의회 의장은 서둘러 서방에 손을 내밀었다. 그는 24일 키예프를 방문한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 외교·안보 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유럽연합의 지원이 우크라이나가 안정적이고 민주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27일까지 연립정부 구성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더는 나라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지 않다”며 과도정부를 곧 승인할 뜻을 내비쳤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강경한 태도와 관련해 “키예프에서 새 정부의 출현은 러시아나 다른 국가들한테 제로섬 게임이 아닐 것”이라며, 러시아에 정권 이양 지원을 호소했다.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달아난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행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21일 밤 키예프를 떠나 지지 기반이 있는 동부 지역으로 도주한 뒤 한 차례 언론 인터뷰를 빼곤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24일 과도정부가 대량학살 혐의로 야누코비치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황이라, <가디언> 등 외신한테 “도망자”라 불리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의 러시아 군기지로 도피했다는 얘기부터 개인 요트를 이용해 바다로 탈출했다는 얘기까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무성하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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