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관료에 비자발급 않기로
‘러에 통합’ 지지 가능성 높아 긴장
‘러에 통합’ 지지 가능성 높아 긴장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통합하는 데 대한 찬반 주민투표를 16일 실시하기로 크림자치공화국 의회가 결정한 직후 미국·유럽연합(EU)이 러시아 관리 등에 대한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제재의 ‘무딘 칼’을 빼들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유럽연합은 러시아 관료 일부에 대한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등 공동 제재를 하기로 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6일(현지시각) 전했다. 이들은 자산 동결 같은 추가 제재 가능성도 경고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와 갈등이 고조될 때 미국보다 더 큰 경제·군사적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제재에 미온적이었지만,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통합시킬 수 있는 주민투표가 결정되자 제재 이행 쪽으로 돌아섰다. 서방국가들은 크림자치공화국 의회의 이번 결정을 러시아가 배후 조종했다고 여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뒤 두번째로 직접 통화를 했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은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에 전투기를 띄우고 흑해에서 구축함 훈련에 나서는 등 군사적 위협도 했지만 상징적 수준을 넘어서지 않았다.
러시아는 긴장의 고삐를 풀었다 조였다 하며 국면을 주도하고 있다. 러시아 상하원의 의장들은 7일 크림자치공화국 의회의 러시아 통합 결의에 지지 뜻을 밝혔다. 이를 두고 <뉴욕 타임스>는 크레믈(크렘린)이 크림자치공화국의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 움직임을 지지하고 있다는 첫 공개신호라고 보도했다.
친러 정서가 강한 크림반도에서 투표가 실시되면 러시아 통합 지지가 우세할 게 거의 분명하다. 크림반도는 물론 우크라이나 차기 정권에 대한 영향력을 최대화하려는 푸틴 대통령한테는 매우 유용한 조커 카드가 된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주민투표는 헌법 위반”이라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등 반발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주민투표를 막을 방법도 없고, 러시아로부터 협상 파트너로 인정도 못 받는 처지다. <비비시>(BBC)는 “푸틴 대통령이 어디까지 가려고 하는지를 모르는 게 서방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며, 외교적 수사와 달리 실질적 행동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고 서방의 난감한 처지를 짚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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