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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 “크림 합병절차 시작”…서방과 군사적 대치 치닫나

등록 2014-03-17 20:15수정 2014-03-17 22:25

16일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에서 96.8%가 러시아로 합병하는 데 찬성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주도인 심페로폴 중심가 레닌광장에서 한 시민이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리고 있다. 심페로폴/AFP 연합뉴스
16일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에서 96.8%가 러시아로 합병하는 데 찬성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주도인 심페로폴 중심가 레닌광장에서 한 시민이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리고 있다. 심페로폴/AFP 연합뉴스
크림반도 주민투표, 러 합병 찬성
‘냉전의 망령’이 크림반도에서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16일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에서 약 97%의 압도적 다수가 러시아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러시아는 크림공화국 요청에 따라 합병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맞받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 대치를 할 위험성마저 거론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건가?

냉전 시절 이념의 동과 서를 가른 것은 ‘철의 장막’이었다. 그 최전선이던 베를린 장벽이 1989년 11월 무너져 ‘이념의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소련)도 1991년 12월 공식 해체됐다. 냉전은 막을 내렸다.

냉전도 전쟁이다. 그 전쟁의 두 축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구의 바르샤바조약기구다. 바르샤바조약기구는 소련 해체와 함께 공중분해됐다. 나토는 해체되지 않았다. 되레 바르샤바조약기구 옛 회원국을 향해 ‘동진’하며 몸집을 불렸다.

체코·헝가리·폴란드(1999년)에 이어 불가리아·슬로바키아·루마니아(2004년)가 나토에 합류했다.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을 포함해 옛 소련 소속 국가들도 줄줄이 나토행을 택했다. 2009년 4월 알바니아가 나토에 가입해, 러시아를 제외한 옛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 모두 나토 회원국이 됐다.

크림의회, 러에 합병요청서 내기로
우크라이나-러 직접대치 경우엔
‘2차대전뒤 냉전’ 현실화 가능성
러도 외교적 고립 등 부담 극심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국경이자 완충지 구실을 해온 우크라이나도 2005년부터 나토 가입 협상을 벌여왔다. 크림반도엔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해 있다. 러시아가 막대한 경제 지원을 약속하며, 지난해 11월 유럽연합과 포괄적 경제협력 협상을 맺으려던 우크라이나를 붙잡은 것도 나토 가입 차단을 염두에 둔 것이다. 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 끝에 지난달 21일 축출됐다.

크림공화국 주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즉각 전군에 비상동원령을 내렸다. 러시아군이 동부 국경을 넘으리라 우려한 탓이다. 군사적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견줄 상대가 아니다. <위키피디아> 자료를 보면, 우크라이나의 국방예산은 19억달러, 병력은 9만명 수준이다. 러시아는 900억달러 국방예산에 76만 병력을 자랑한다. 군사적 대치가 현실화하면, 키예프 과도정부는 나토 쪽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스티븐 코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정치학)는 최근 인터넷 대안매체 <데모크라시 나우>에 나와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합병되면, 냉전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이 우크라이나 동부로 옮겨오는 셈이다. 이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크림반도 병합은 러시아에도 부담이다. ‘제국의 영예’를 되찾을 수는 있겠지만, 주요 8개국(G8)에서 축출되는 외교적 고립은 물론 엄청난 경제적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크림반도 병합으로 러시아가 치러야 할 ‘비용’이 향후 3년간 적어도 3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러시아 외무부 당국자가 17일 <파이낸셜 타임스>와 만나 “러시아는 통합 우크라이나를 선호한다는 견해를 유지해왔다. 다만 강력한 연방제를 바탕으로 모든 종족의 권리가 충족되길 바랄 뿐”이라며, 크림반도 즉각 병합과 거리를 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17일 투표 결과 확정과 함께 크림 의회는 독립을 선언하고, 러시아 쪽에 합병 요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 외교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소집된 회원국 외무장관 회담에 앞서 “러시아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며, 제재 강화를 강조했다. 파국을 피할 순 없는 걸까? ‘누구도 원하지 않는 상황’으로, 지나치게 빨리 치닫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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