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브레넌(59)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미 CIA국장 지난 주말 키예프 방문뒤
과도정부, 친러 시위대 강경진압 돌변
과도정부, 친러 시위대 강경진압 돌변
존 브레넌(59·사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비밀리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입길에 오르고 있다. 동부지역 일대 관공서를 장악한 친러시아계 시위대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던 키예프 과도정부가 공교롭게도 그가 다녀간 직후 강경진압을 시도하다 사상자까지 난 탓이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4일 브레넌 국장이 지난 주말 키예프를 방문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전날까지 미국 쪽은 브레넌 국장의 현지 방문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급을 피했다. 카니 대변인은 “통상 중앙정보국장의 일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 경우엔 러시아 쪽에서 중앙정보국과 관련된 거짓 주장을 내놓고 있어, 브레넌 국장이 유럽 순방길에 지난 주말 키예프를 방문했다는 점을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몇 년 동안 미국과 러시아 정보 당국자들은 수시로 만났다. 정보기관 수장들의 만남을 두고 통상적인 일 이상으로 해석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타르타스> 통신은 13일 우크라이나 의회 관계자의 말을 따 “브레넌 국장이 가명을 사용해 비밀리에 키예프를 방문해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과도정부 대통령과 정보기관 책임자 등을 만났다. 이후 과도정부가 동부지역 친러 시위대에 대한 무장 진압작전에 전격 나섰다”며 ‘미국 개입설’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 지난 11일만 해도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가 동부를 방문해 포괄적인 자치권 보장을 약속하는 등 과도정부는 강제진압 대신 친러계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브레넌 국장이 다녀간 직후인 13일 돌연 태도를 바꿔 친러 무장세력이 경찰서 등을 장악한 슬라뱐스크에 진압부대를 보냈다가, 교전이 벌어져 사상자가 났다.
러시아 쪽이 브레넌 국장의 방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친러계 주민들의 관공서 점거 사태를 러시아가 배후 조종하고 있다는 미국 쪽 주장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14일 “브레넌 국장의 갑작스런 키예프 방문 목적에 대해 미국 쪽에 설명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적절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의혹을 부추겼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