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슬라뱐스크에서 친러시아 시위대에 의해 점령당한 경찰서 앞에서 18일 주민 한명이 이른바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국기를 펼치고 있다.
슬라뱐스크/EPA 연합뉴스
동부 우크라이나 분쟁에 새 변수
친러 세력 2주일째 주청사 점령
과도정부 불법 규정·주민투표 주장
슬라뱐스크서도 시장 억류한 뒤
실질적 행정권 행사하는 등 ‘진화’
친러 세력 2주일째 주청사 점령
과도정부 불법 규정·주민투표 주장
슬라뱐스크서도 시장 억류한 뒤
실질적 행정권 행사하는 등 ‘진화’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무장세력이 지난 7일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또 다른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도네츠크 주청사 등을 점령한 이들은 미국·유럽연합·우크라이나·러시아가 참가한 4자 제네바 회담에서의 합의사항을 거부하며, 자신들이 선포한 분리독립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 합병되는 수순 대신에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이라는 러시아의 대리정권이 들어서는 상황도 예측된다.
2주일 전부터 도네츠크 주청사를 점령하고 있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인민 주지사’ 데니스 푸실린은 19일 <가디언>의 주말판 <업저버>와의 인터뷰에서 제네바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키예프의 ‘불법적’인 정부가 물러날 때까지 지지자들이 청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공화국의 대변인이라는 블라디미르 말로코비치는 이 지역의 미래에 관한 주민투표가 열릴 때까지는 지지자들이 주청사에서 철야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은 5월11일에 도네츠크 등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도네츠크주를 중심으로 한 돈바스 지역의 10개 도시 관공서를 점령한 친러시아 무장세력들은 지난 7일 도네츠크주와 그 인근 러시아계 주민이 다수 사는 지역을 대상으로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을 선포한 바 있다. 이 공화국은 현재 친러시아 무장세력들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정부에 불과하며, 정부로서의 기능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러시아계 주민들도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친러시아 무장세력들이 도네츠크 주요 도시에서 정치적·행정적 장악력을 높이며, 독자적인 정치·행정 권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친러시아 무장세력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충돌한 슬라뱐스크와 그 주변 마을에서는 친러시아 무장세력들이 사실상 권력을 굳히고 있다고 전했다. 슬라뱐스크의 시장인 넬랴 시테파는 최근 친러시아 무장세력들의 도시 접수에 대한 자신의 지지에 대해 모호한 말을 했다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신을 이 도시의 새로운 시장인 ‘인민 시장’이라고 자칭하는 뱌체슬라프 포노마료프는 “그녀가 우리와 함께 있다”고 말해, 사실상 억류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 도시에서는 현재 친우크라이나 성향이던 지역신문들이 모두 발행되지 않고 있으며, 텔레비전 채널에서도 우크라이나 방송들이 퇴출되고 러시아 방송으로 대체됐다.
지난 2월6일부터 시작된 친러시아 무장세력들의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관공서 점령은 이제 두달이 넘어가면서 슬라뱐스크 같은 도시에서는 실질적인 행정권력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도네츠크대학의 이고리 토도로프 교수는 <업저버> 인터뷰에서 4개국의 제네바 합의는 이미 파기됐다며 러시아로 합병이나 러시아 대리정권의 수립이라는 두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러시아 뉴스전문 티브이 채널 <로시야24>는 20일 슬라뱐스크 외곽에서 친러시아 무장세력이 설치한 검문소가 공격받아 친러시아 쪽 3명과 상대편 2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방송은 우크라이나 정부군 소속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이 타고 온 2대의 자동차 안에서 우크라이나 극우민족주의단체의 상징물과 미제 섬광탄, 야간투시경 등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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