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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수염난 여인’ 불사조처럼 일어서다

등록 2014-05-11 19:24수정 2014-05-11 22:16

여장남자 부르스트, 유로비전 우승

성적소수자 공격·논란 속에서
유럽 최대가요제 당당히 1위
“유럽이 관용의 정신 보여줘”
짙은 턱수염에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어 ‘수염 난 여인’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드래그 퀸’(여장남자) 콘치타 부르스트(25·사진)가 59회 유로비전 가요제에서 우승했다고 <비비시>(BBC)가 11일 전했다. 그는 가요제 기간 내내 성적 소수자에 대한 공격과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37개 나라 출전자들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10일(현지시각)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결승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유로비전 가요제는 동·서유럽 국가들과 러시아까지 아우르는 유럽 최대 문화행사로, 1956년에 시작돼 시청자가 수억명에 이른다. 각국이 대표 가수를 내보내면 시청자 투표와 전문가 평가로 우승을 가리는 오디션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룹 아바가 1974년 이 무대에서 스웨덴 대표로 우승했으며, 스위스 대표 셀린 디옹은 1988년 우승한 뒤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부르스트는 지난해 9월 오스트리아 대표로 뽑혔을 때부터 성적 소수자임을 확연히 드러내는 외모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의 본명은 톰 노이비르트로 2006년 데뷔했지만 2011년 ‘콘치타 부르스트’라는 이름을 쓰는 드래그 퀸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는 2012년 오스트리아 내 유로비전 대표 선발전에 도전했지만 준우승에 머물렀고, 두번째 도전 끝에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그의 대표 선발이 알려지자 오스트리아에서도 ‘안티-부르스트’ 페이스북 페이지가 만들어져 선발 나흘 만에 ‘좋아요’가 3만1000개에 이르렀다. 또 벨라루스와 러시아처럼 성적 소수자를 억압하는 분위기가 강한 나라에선 부르스트의 공연 장면을 편집해달라는 청원이 제출됐다. 러시아의 동성애 탄압 법안 통과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 비탈리 밀로노프는 최근 부르스트에 대해 “메스껍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르스트는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다”고 논란을 일축하며 꿋꿋하게 공연을 펼친 끝에 큰 점수 차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유럽 시청자들이 일부의 성적 소수자 혐오를 넘어서 그를 지지했음을 의미한다.

부르스트는 러시아의 동성애자 탄압을 겨냥해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할 메시지가 없느냐’는 질문을 받자 “성적 취향, 당신이 누구를 사랑하는가 같은 것에 대해 얘기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꿈꾼다”며 “오늘밤 유럽은 존중과 관용의 공동체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드래그 퀸의 무대 아래서는 성적 소수자 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화려하게 펄럭였다. 그의 우승곡은 ‘불사조처럼 일어서다’(라이즈 라이크 어 피닉스)였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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