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세력, 18일엔 러 합병투표 예고
크림 전철 밟아…러, 지지 나설듯
크림 전철 밟아…러, 지지 나설듯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키예프 과도정부의 반발에도 11일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하는 한편 18일께 러시아 합병에 대한 찬반 투표도 시행할 뜻을 비쳤다고 영국 <비비시>(BBC)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에 합병한 크림반도의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투표 전날 밤 일부 지역에서 친러 무장세력과 정부군 사이에 교전 상황이 벌어졌지만, 주민투표는 진행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친러 분리주의 세력한테 주민투표를 연기하자는 뜻을 표명했지만, 결과적으로 독립 지지율이 높으면 이를 옹호하는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또 남부 오데사 등 다른 지역에서도 주민투표 추진 움직임이 거세질 수 있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은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로 ‘도네츠크(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자치 조처를 지지하는가’라고 묻는 투표용지에 찬성 또는 반대를 표시했다. 앞서 친러 분리주의 세력은 ‘도네츠크(루간스크)인민공화국 독립선언’을 선포한 상태다.
하지만 주민투표 주최 쪽은 투표용지의 질문이 완전한 분리독립인지, 러시아 병합인지, 자치권 확대인지를 결정하란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조만간 러시아 합병 찬반을 묻는 2차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한편 키예프 과도정부가 준비하는 25일 조기 대통령선거는 거부하겠다는 뜻을 비쳤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친러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치안 위험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투표 열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에서는 지난 9일 정부군과 친러 무장세력의 교전이 벌어져 다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도, 이날 주민투표에 참여하려는 주민들이 투표소 밖에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이 목격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다만 허술한 유권자 등록 관리로 중복 투표 우려가 제기되는 등 신뢰도에는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에프페>는 “(독립에 대한) ‘찬성’ 표심을 인정하는 것은 러시아뿐이겠지만, 독립 지지가 높게 나오면 미국과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중대 분기점으로 여기는 대선의 기반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미국 국무부 젠 사키 대변인은 “미국은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0일 프랑스와 독일도 우크라이나 대선이 좌절된다면 러시아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대통령 권한대행인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는 “독립을 묻는 투표는 심연으로 한 걸음 더 빠져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