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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신자유주의 거부한 ‘그리스의 선택’

등록 2015-01-26 20:49수정 2015-01-27 00:19

[뉴스분석] 그리스 총선 시리자 압승
긴축 완화·국가부채 탕감 등 놓고
독일 주도 채권단과 대치 불가피
보수-중도 주류 양당 헤집고
급진좌파, 유럽 정치질서 ‘새판’
스페인 총선에도 영향 만만찮아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25일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유럽의 기존 정치 질서와 신자유주의 경제에 균열을 일으킬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날 총선에서 시리자는 36.3%를 득표하며, 전체 300석 의석의 과반에 2석 모자라는 149석을 확보했다. 시리자는 기존 71석에서 의석수를 두 배 이상 늘리며 집권당으로 도약했다. 기존 집권당인 중도우파 신민주당은 27.8% 득표로 7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어 극우 황금새벽당과 중도 성향 포타미가 각각 17석을 얻었다. 좌파 진영의 대표 정당이던 범그리스사회당은 13석을 차지했다. 그리스 최연소 총리가 될 알렉시스 치프라스(40) 시리자 대표는 26일 의회에서 총리 선서를 하고 28일까지는 연립정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치프라스 대표는 26일 오전 구제금융 조건에 반대해온 그리스독립당의 파노스 카메노스 당수와 만나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밝혔다.

치프라스 대표는 승리가 확정된 뒤 “그리스는 재앙적인 긴축정책을 뒤로하고 떠날 것이다. 두려움과 권위주의도, 5년간의 치욕과 고통도 뒤로하고 떠날 것”이라고 선언해, 유럽연합(EU) 등 국제 채권단이 구제금융의 핵심 조건으로 요구해온 긴축정책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시리자는 3200억유로에 이르는 그리스 국가부채를 절반으로 탕감해줄 것을 채권단에 요구하는 재협상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연합 등 채권단과의 벼랑 끝 대치가 예고돼 유로존의 미래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리자가 집권하게 된 것은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경제적 처방을 거부하고 정치적으로는 기존 정치세력과 질서를 거부하는 세력이 유럽 정치의 한 축으로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시리자는 신자유주의 질서에 반대하는 이들의 정치세력화를 상징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금융자본의 이익을 우선하면서 복지 등 정부 역할 축소,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신자유주의는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하고도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시리자는 이런 상황을 비판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단체협상권 부활, 대량 정리해고 금지, 요금 미납으로 전기가 끊긴 가정에 대한 전기 복구 등을 곧바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 인구의 25%에 이르는 빈곤층의 생존 대책은 타협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리자는 국제 채권단의 ‘아이엠에프(IMF)식 긴축 처방’에 반대하기만 하는 대안 없는 세력은 아니다. 구제금융 위기 이후 그리스에서는 400여 시민단체가 힘을 합친 ‘모두를 위한 연대’ 등이 시민사회 차원의 진료소, 급식소, 법률 상담 등의 활동을 하며 새 경제모델의 단초를 만들고 있는데, 시리자 소속 의원 전원은 월급의 20%를 이 연대 조직에 내왔다. 시리자는 이 연대 운동이 자신들이 구상하는 사회 변화의 기반이며, 집권 뒤 더욱 적극적인 구실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그리스에서 시리자 등 반긴축 정당의 부상은 “유럽에 좋은 뉴스”라며 “그들은 민주적 유럽을 건설하고자 원하기 때문에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성원했다.

시리자, 그리스독립당과 연정 구성

아울러 시리자의 집권을 계기로 중도우파 성향의 보수 정당과 중도좌파인 사회민주주의 정당을 양대 축으로 하는 유럽의 전후 정치 질서도 전환점에 서게 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프랑스와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는 경제위기와 이민 문제 등에 불만을 품은 대중을 겨냥해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기존 주류 정당을 위협하며 급격히 세력을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좌파 성향의 시리자가 먼저 집권에 성공한 상황은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 확산을 막을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선 올해 스페인 총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와 비슷한 부채 문제에 시달리는 스페인에서도 시리자와 유사한 노선의 좌파 정당 포데모스가 약진하고 있다.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는 시리자의 승리 뒤 “희망이 다가오고 있고, 공포가 물러나고 있다. 시리자, 포데모스,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환호했다.

시리자가 촉발한 새 실험은 시작됐다. 그리스의 부채 탕감 협상에 완강히 반대하는 독일 주도의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이 첫번째이자 최대 관문이 될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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