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세금공제 축소도 추진
기업들엔 더 높은 임금 지불 압박
기업들엔 더 높은 임금 지불 압박
영국 보수당 정부가 복지 축소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영국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사회보장제도는 진작 허물어졌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구상이 저소득층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2일 “저임금, 높은 세금, 높은 복지 사회에서 고임금, 낮은 복지와 낮은 세금의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최저임금을 주고, 세금을 걷어 다시 이들에게 되돌려주는 시스템”이라면서 “터무니없는 회전목마식 순환의 고리를 끓을 때”라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현재 사회제도가 “고임금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는 게 아니라 저임금만 양산한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정면 대응을 예고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다음달 예산부터 복지지출을 축소하는 방안들을 내놓고 가을까지 이를 완성할 예정이다.
총리의 발언에 이어 이안 덩컨 스미스 영국 노동연금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우리는 기업들이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하길 바란다”며 “이는 정부의 세금공제 감소를 뜻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적게 줘, 정부가 대신 그 부담을 떠안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앞서 캐머런 총리는 영국의 ‘과잉 복지’를 지적하며 2017년까지 복지지출을 연간 120억파운드(약 20조9235억원)씩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은 캐머런 총리가 이날 연설에서 ‘세금공제를 축소해 복지지출을 줄이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자녀 공제를 2003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데, 영국 정부는 이 방안이 시행될 경우 연간 약 50억파운드의 예산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영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경제문제연구소(IEA)를 이끄는 마크 리틀우드는 복지예산 축소 필요성에는 동감하면서도 정부의 ‘세금공제 축소’ 등 방안은 “근로 연령 인구에 굉장히 불평등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또다른 영국 싱크탱크인 레졸루션파운데이션의 매슈 휘태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정부가 줄이려는 50억파운드 가운데 3분의2는 소득 최하위 30% 가구가 받던 공제에서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소득 상위 40% 가구에는 이번 세액 공제 축소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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