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 있는 9·11 추모공원에서 8살 소녀 닐리가 장미꽃을 들고 아버지의 목말을 탄 채로 프랑스 파리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소녀 뒤에 보이는 나무는 9·11 테러가 발생했던 ‘그라운드 제로’에서 뿌리와 가지가 심각히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으나 이후 뉴욕시가 회생시켜 ‘생존의 나무’로 불리며, 강인함과 재탄생을 상징한다. 뉴욕/AP 연합뉴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파리 동시다발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IS)를 파괴하겠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를 국내외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의회에 헌법 개정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프랑스판 ‘테러와의 전쟁’을 예고한 게 아니냐는 분석과 우려가 엇갈린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2012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베르사유궁에서 한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지난 13일 일어난 ‘전쟁 행위’는 시리아에서 계획되고, 벨기에에서 조직됐으며, 프랑스 영토에서 실행됐다”며, 이슬람국가를 격퇴하기 위한 세계적 반격을 촉구했다.
프랑스 의회는 상·하원 양원제로, 평상시엔 상원은 뤽상부르 궁전, 하원은 부르봉 궁전을 의사당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헌법 개정 같은 국가 중대사를 논의할 경우 상·하원이 베르사유궁에 함께 모여 연방의회를 연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프랑스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것은 최근 150여년 새 이번이 두번째일 뿐”이라고 전했다. 프랑스가 이번 사안을 그만큼 중대하고 심각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테러리즘을 뿌리뽑을 것”이라며, “국가비상사태의 3개월 연장”을 의회에 요청하고, 테러리즘에 대응할 경찰·국경단속 인력 8500명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질서에 위협이 되는 외국인을 신속하게 추방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하고 테러 혐의가 있는 시민의 국적 박탈도 추진하겠다”며 “테러리즘에 효율적으로 싸우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국경선 통제를 하지 못한다면 기존 국경선이 복구될 것이다. 유럽연합(EU)도 해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 창설의 양대 기둥 국가인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 해체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외적으론 “이슬람국가 섬멸에 국제사회 전체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하는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이슬람국가 지하디스트 격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17일 유럽연합에 공동방위를 규정한 리스본 조약 42조 7항에 의거해 유럽연합 국가들에 공습 작전 참여나 지원을 공식 요청했으며, 이에 대해 유럽연합 국방장관들은 만장일치로 강력한 전면적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이는 유럽연합 창설 이래 처음이다.
프랑스는 16일 테러 발생 이후 두번째로 이슬람국가의 사실상 수도 격인 시리아 락까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프랑스는 지난 5일 밝힌 대로 유럽 최대 항공모함인 샤를 드골호를 18일 걸프만으로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도 이날 시리아 동부에 위치한 이슬람국가의 석유시설을 집중 공습해 연료 트럭 116대를 파괴했다.
러시아도 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러시아 여객기가 추락해 224명이 숨진 사건은 기내에 반입된 폭발물에 의한 테러로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구 어디에 있든 테러리스트들을 찾아내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도 이날 시리아 락까를 공습했다.
파리/조일준 기자,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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