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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모든 것을 이기는 사랑” 슬픔 딛고 하나된 시민들

등록 2015-11-17 19:40수정 2015-11-17 22:27

조일준 기자 파리 테러현장 르포

공화국광장은 거대한 추모예술 공간
각급 학교도 정상 수업
바타클랑 콘서트홀 길목 촛불·꽃다발
지난 13일 파리 동시다발 테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곳은 옛도심과 가까운 11구에 있는 바타클랑 콘서트홀이다. 이 곳에선 테러범들이 마침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에게 총기를 무차별 난사해 모두 89명이 목숨을 잃고 30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참사 사흘째이자 첫 월요일을 맞은 16일(현지시각), 이 콘서트홀로 통하는 모든 길목은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봉쇄한 상태였다. 멀찌감치서 보이는 공연장 건물 외벽의 차양엔 검정색 바탕에 노란색으로 쓰인 ‘바타클랑 카페’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나무들이 잘 가꿔진 작은 도심 공원을 사이로 공연장 건너편 길을 따라 흐르는 철제 울타리에는 시민들이 꽂아놓은 꽃과 쪽지들이 가득했다. 경찰이 통제하고 있는 공연장 진입 길목 앞에도 촛불과 꽃다발 더미가 쌓였고, 평일인데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바타클랑 콘서트홀 경영진은 이날 성명을 내어 “슬픔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희생자들과 부상자들을 기리며, 우리 콘서트홀을 지지해준 유가족과 지인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경영진은 “지금도 치안당국이 내부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어서 언제 재개관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콘서트홀 건너편 길 옆 벤치에는 히잡을 쓴 중년의 무슬림 여성들이 앉아 프랑스어와 아랍어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여성은 제법 큰 목소리의 프랑스어로 “우린 너무 안됐어”라며 신세 한탄을 했다.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 슬며시 말을 걸어봤지만, 인터뷰는커녕 사진 촬영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앞서 그 근처에서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지금은 묵상하고 싶다. 미안하다”며 정중히 사양하던 한 백인 여성과는 다른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현지의 한 한국인 유학생은 “프랑스 사회에서 아랍계 주민 대다수는 피해의식과 함께 되도록 눈에 띠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배어있다”고 설명했다.

공화국 광장에도 오후 늦게부터 퇴근길의 시민들이 들르면서 추모 인파가 급격히 불어났다. 광장의 바닥은 시민들이 색색의 분필로 쓴 문장과 그림들로 금세 채워졌다. 프랑스와 시리아 국기, 하트(♥)와 다양한 꽃 문양이 수놓아졌고, “프랑스는 울지 않는다”, “모든 것을 이기는 사랑”, “함께 전진, 우리는 그럴 힘과 의무가 있다” 같은 문구들 앞에서 시민들은 오래 머물렀다. 쪽지들을 읽어보며 눈물을 흘리는 여성, 그런 그를 꼭 끌어안고 함께 고개를 숙이는 시민들도 많았다. 또 광장 한가운데서 한 피아니스트가 존 레논의 <이매진>, 비틀스의 <렛잇비>등 잔잔하고 의미 깊은 곡들을 연주하자 시민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광장 전체가 거대한 추모예술 공간이 됐다.

테러 이후 첫 월요일인 이날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박물관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유명 장소들은 모두 문을 열었고, 각급 학교들도 정상 수업을 했다. 그러나 중심가엔 쉴 새 없이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차량들이 많았고, 거리 곳곳에 총을 든 무장경찰과 군인들이 순찰을 도는 등 아직 긴장감이 가시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파리/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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