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과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독일 극우단체 페기다의 한 지지자가 16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페기다 집회에 참가해 파리 테러를 추모하는 상징 이미지가 그려진 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드레스덴/AFP 연합뉴스
파리 테러 이후
난민 수용정책 변경 강력 요구
프랑스 등 각국 국경 검색 강화
‘테러와의 전쟁’ 승리하려면
난민 포용·연대해야 제언도
난민 수용정책 변경 강력 요구
프랑스 등 각국 국경 검색 강화
‘테러와의 전쟁’ 승리하려면
난민 포용·연대해야 제언도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의 후폭풍이 프랑스, 나아가 유럽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반 난민, 반 이슬람을 내세우는 극우파의 목소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보수 우파와 중도파에서도 ‘테러와의 전쟁’이 1차 과제라는 주장이 번져가면서,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이 앞세워온 톨레랑스(관용)와 연대의 가치는 거친 풍랑에 휩싸였다.
극우파는 유럽연합의 난민 수용 정책이 결과적으로 테러범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줬다며, 기존 난민 정책의 변경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국경 통제와 난민 및 이슬람계 자국민에 대한 감시 강화 등 우파적 대증 요법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보수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15일 “테러리스트들을 진압하기 위해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며 “예방 차원에서 지하디스트로 의심되는 자들을 구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프랑스 대선 출마가 유력한 사르코지는 이날 프랑스아 올랑드 대통령의 초청으로 엘리제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가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고 <르몽드>가 전했다. 앞서 극우파 마린 르펜 극민전선 대표도 14일 “프랑스와 프랑스 국민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국경 통제 강화를 요구했다.
통제 강화 주장은 유럽연합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물론, 네덜란드, 이탈리아도 국경과 공항 등에 대한 검색 수준을 높였다. 폴란드 정부는 파리 테러 발생 직후 난민을 더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슬로베니아와 불가리아 등에서도 역내 난민을 회원국이 나눠서 수용하자는 유럽연합의 제안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최근 국경에 철조망을 두른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극단주의자들이 난민에 섞여 유럽 대륙으로 침투하고 있다”며 26개 유럽 국가 간 자유 통행을 규정한 솅겐조약의 개정과 나라별 국경 통제의 강화를 주장했다. 난민에 가장 관용적 태도를 보여온 독일에서도 극우 단체 ‘페기다’가 16일 드레스덴에서 ‘반 난민’ 시위를 열었다. 9000~1만2000명의 지지자가 참석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물론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연합 주도 세력은 여전히 포용적 난민 정책의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파리 테러 여파로 이슬람 난민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깊어지는 데다, 극우파는 물론 테러 피해국인 프랑스 정부까지 국경 통제 강화를 요구하는 상황은 이들에게 갈수록 부담이 될 전망이다.
유럽이 테러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난민 거부나 통제 강화가 아니라 관용과 연대의 기치를 한층 단단히 틀어쥐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의 비상사태 책임자 피터 부카에르트는 <뉴욕타임스>에 “파리 테러에 대한 응답은 ‘이슬람국가’를 탈출해 온 난민들의 출입구를 막는 게 아니라, 기존의 포용 정책을 응집력 있게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샤디 하르미드 연구원도 “반 이슬람, 반 난민 정서가 거세질수록 이주민을 더욱 겉돌게 하고 결국 과격행동에 가담하게 만든다”며 “이는 ‘이슬람국가’의 의도에 놀아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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