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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현장] 독일농가 축산분뇨로 발전…수천만원 소득

등록 2005-10-26 11:17수정 2005-10-27 23:52

올 4월부터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알고이 인근 비딩엔의 최신형 바이오가스 발전소 전경. 190kw 발전기 2기를 갖추고 있다.
올 4월부터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알고이 인근 비딩엔의 최신형 바이오가스 발전소 전경. 190kw 발전기 2기를 갖추고 있다.
독일 바이오매스발전…1만가구 음식물쓰레기 등 발효로 ‘발전’

독일 뮌헨 시내에서 20km 떨어진 에르딩 마을. 지난 10월20일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회장 이정수) 회원사 관계자 등 20여명이 바이오매스(생물자원)를 이용해 발전을 한다는 한 농가를 찾았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주인은 보이지 않고, 잔디로 덮인 마당 한구석에서 고양이와 토끼들이 따사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다.

독일 바이오매스발전. 요제프 펠마이어 독일메탄가스협회 회장.
독일 바이오매스발전. 요제프 펠마이어 독일메탄가스협회 회장.

 10여분쯤 기다리자 집주인인 마틴이 긴 고무장화에 허름한 차림으로 서둘러 들어섰다.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러 갔다 온다는 마틴은 “지난 2000년 광우병 파동을 겪은 뒤 소 기르는 것에 흥미를 잃었다”며 “그 뒤부터 아예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발전쪽으로 업종을 바꿨다”고 말했다. 마틴은 자신의 농지 6ha에 심은 옥수수와 주변 60여가구에서 수거하는 음식물쓰레기, 그리고 도축장에서 가져오는 기름덩어리 등을 섞어 발효시켜 나온 메탄가스를 이용해 발전을 한다. 발전량은 연간 30만kWh, 1kW당 10.23유로센트(약 130원)에 판매한다. 일년에 약 3만유로(약 3800만원)를 버는 셈이다. 발전기 등 모든 시설들은 집마당 지하에 설치돼 있었다.

 요즘 독일 농촌에는 마틴처럼 음식물쓰레기나 가축 분뇨, 옥수수와 같은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전기 생산이 붐을 이루고 있다. 심지어는 사람이 먹는 밀까지 원료로 사용한다. 15년 전만 해도 이런 농가는 전국에 400가구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해말에는 7천가구를 넘어섰고, 올해말에는 1만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독일 바이오매스발전. 발전용으로 쓰기 위해 쌓아놓은 밀 무더기. 왼쪽 하얀 것은 발효탱크에 넣기 위해 밀을 빻아놓은 것이다.
독일 바이오매스발전. 발전용으로 쓰기 위해 쌓아놓은 밀 무더기. 왼쪽 하얀 것은 발효탱크에 넣기 위해 밀을 빻아놓은 것이다.

가축 분뇨가 주 원료= 대부분의 바이오가스 발전 농가들은 직접 기르는 소나 돼지의 분뇨를 주 원료로 사용한다. 뮌헨에서 40km 떨어진 프레이징 인근에서 대규모 바이오가스 발전시설을 갖추고 있는 요제프 펠마이어가 전형적인 경우다. 독일 메탄가스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펠마이어는 젖소 150마리를 직접 기르면서 여기에서 나오는 분뇨를 주 원료로 사용한다. 1996년부터 바이오가스 발전을 하고 있는 펠마이어는 “연간 축분 9천t에다 음식물쓰레기 6천t, 농산물시장에서 나오는 야채나 과일쓰레기 2천t, 도축장 기름덩어리 1천t을 처리한다”며 “이를 발효시켜 하루 1만2천kWh의 전기를 생산한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기르는 젖소처럼 순박하게 생긴 숄마이어 부자는 뮌헨에서 40km 떨어진 슈타인키르헨 지역에서 부업으로 조그만 가스발전소를 운영한다. 65ha의 농지와 젖소 100여마리를 기르는 숄마이어 부자는 가축 분뇨와 농지에 심은 옥수수를 발효시켜 메탄가스를 발생시킨 뒤 이를 이용해 용량이 40kW인 발전기를 가동하고 있다. 숄마이어는 1kW당 16유로센트(약 200원)를 받고 전기를 팔고 있다. 오래 전 만든 것이긴 하지만 순전히 자신의 집에서 나오는 축분이나 옥수수를 이용해 발전하기 때문에 전기를 파는 값이 높은 편이다. 지난 해 8월 이후 새로 지은 발전소는 kW당 최고 17.5유로센트(약 220원)를 받는다.

 돼지에서 나오는 분뇨와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해 발전을 하는 경우도 있다.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오쎔하임 지역에서 600kW 규모의 바이오가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마티아스 프로이스너는 주변의 음식물쓰레기를 전문적으로 수거해 처리한다. 하루에 20t 정도의 음식쓰레기를 t당 30유로씩 받고 수거하는 프로이스너는, 이 가운데 40%는 돼지 먹이로 사용하고 나머지 60%는 돼지 축분과 섞어 발전용으로 쓰고 있다.


뮌헨시 인근 프라이징에서 가동중인 500kW짜리 바이오가스 발전소. 가축 분뇨를 싣고 온 탱크차가 호스를 통해 분뇨를 저장조에 넣고 있다.
뮌헨시 인근 프라이징에서 가동중인 500kW짜리 바이오가스 발전소. 가축 분뇨를 싣고 온 탱크차가 호스를 통해 분뇨를 저장조에 넣고 있다.

기업형에 밀까지 원료로 사용= 바이오가스 발전이 이처럼 붐을 일으키자 최신형 설비를 갖추고, 사람이 먹는 밀까지 발전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바이에른주의 비딩엔 지역에서 가동중인 한 가스발전소는 완전 기업형이었다. 스타이너와 마리너 두 명이 합작해 올 4월부터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이 발전소는 시설을 갖추는 데 모두 90만유로(약 11억원)가 들었다. 용량 190kW짜리 발전기 2기를 가동하는 이 발전소는 하루에 500kg 정도의 밀을 축분과 섞어 발효시킨다. 물론 주로 사용하는 원료는 옥수수를 통째로 잘게 썰어 저장한 사일리지이다. 여기에 밀을 넣는 것은 밀이 탄수화물이 많아 발효가 잘 되게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먹는 밀을 축분과 섞어 썩히는 것은 심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스타이너는 “이곳에서는 밀 100kg에 9유로(약 1만1천원)밖에 안된다”며 “밀을 그냥 파는 것보다 이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파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바이에른주 에벤호펜에서 가스발전을 하고 있는 피헬은 가족이 모두 5개의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가스발전은 아버지,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발전은 아들, 민박은 어머니가 하는 식이다. 모두 세금 문제 때문에 이렇게 법인을 나누었다고 한다. 피헬은 이렇게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무슨 심오한 환경철학이 있어서가 아니라 정부에서 바이오가스 발전 등에 대해 돈을 조금 더 주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110마리의 젖소를 기르고 있는 피헬은 연간 70만ℓ의 유기농 우유를 생산해 우류값으로만 약 20만유로(약 2억5천만원)를 벌어들인다. 젖소를 기르면서 나오는 축분 등을 이용해 연간 80만kWh의 전기를 생산해 kW당 17.5유로센트를 받고 판매한다. 민박집 등 건물 난방은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열로 쓰고도 남는다. 

알고이 지역 농가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 1년에 약 3만kWh의 전기를 생산해 1kW당 57.6유로센트(약 730원)에 판매한다.
알고이 지역 농가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 1년에 약 3만kWh의 전기를 생산해 1kW당 57.6유로센트(약 730원)에 판매한다.

액비는 퇴비로 살포= 축분이나 옥수수 사일리지 등을 발효시켜 메탄가스를 발생시키고 나면 들어간 원료만큼의 묽은 비료(액비)가 나온다. 이 액비는 발전용 원료로 쓰이는 옥수수나 목초를 기르는 농지에 뿌려지고, 액비를 먹고 자란 옥수수 등은 다시 발전용 원료로 사용된다. 자연의 순환사이클이 완벽하게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액비를 아무 때나 마음대로 뿌릴 수는 없다. 펠마이어 독일메탄가스협회 회장은 “1년에 4차례씩 작물이 생장하는 기간에만 액비를 살포할 수 있다”며 “그것도 1㏊당 20㎥ 이상은 뿌리지 못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액비를 뿌릴 만한 자기 땅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봐야한다. 펠마이어는 “액비의 75%를 남의 땅에 공급하고 있는데, 1㎥당 3.5유로(약 4400원)를 받지만 수송비 등이 4유로(약 5천원) 정도 들기 때문에 손해”라고 말했다. 바이오가스 발전으로 전업한 에르딩의 마틴도 “액비를 뿌릴 수 있는 충분한 농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전업이 가능한 일이었다”며 “남의 땅을 임대해서 사용하면 수지를 맞추기 힘들다”고 말했다. 자기 농가에서 나오는 축분과 농작물을 이용해 발전을 하고, 그 부산물인 액비도 자기 농지에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뮌헨 알고이/글·사진 <한겨레> 경제부 정석구 기자 twin86@hani.co.kr

[인터뷰]요제프 히머 축산과장

요제프 히머 캠프텐시 축산과장.
요제프 히머 캠프텐시 축산과장.
바이오가스 발전시설을 안내한 요제프 히머(사진) 알고이 캠프텐시 농림국 축산과장은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를 높은 값에 사주는 정부 정책이 바이오가스 발전 붐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독일 농민들이 왜 이렇게 바이오가스 발전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정부가 지난 해 8월 재생에너지법을 개정해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생산하는 전기에 대해서는 kW당 최고 17.5유로센트에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참여하는 농민들이 많게 하기 위해 기존 시설보다 새로 설치한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구입 단가를 높게 책정했다. 특히 이런 가격을 20년 동안 법적으로 보장해 준 게 많은 농민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전력 구입 단가가 각각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소규모 농가들이 자신이 직접 기른 가축에서 나오는 축분이나 농작물 등을 사용할 때 가장 높은 가격을 처준다. 전력생산량이 연간 15만kW 이하면 kW당 17.5유로센트, 그 이상이면 16유로센트로 사준다. 자기 집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나오는 음식쓰레기 등을 이용할 때는 10유로센트 수준으로 구입단가가 낮다. 기본적으로 자기 집에서 나오는 가축 분뇨나 농작물 등을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농작물을 식용이 아닌 전기 생산 원료로 사용하는 데 반대는 없었나?

 =농작물 가격은 1980년이나 지금이나 똑 같다. 이래서는 농민들이 적정한 소득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농작물을 에너지원으로 쓸 경우 높은 가격을 보장해 줌으로써 농민들이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남는 식량을 굶주리는 아프리카에 보내자는 주장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아프리카 농민은 망하고 그곳 농산물 가격은 폭락할 것이다.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지 않나.

 -모든 농민들이 이렇게 농작물을 전력 생산용으로 쓰면 식량문제는 어떻게 되나?

 =모든 농민이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지역에 따라 고소득 작물을 하는 농민들은 바이오가스 발전에 관심이 없다. 농작물을 식량으로 쓸지 에너지원으로 쓸지는 이제 경쟁관계에 있다. 그리고 1930년대에도 전체 농작물의 60%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다. 지금처럼 매장된 석유나 가스를 무분별하게 뽑아쓰는 게 문제다. 알고이/글·사진 <한겨레> 경제부 정석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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