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프랑스 6일 프랑스 남서쪽 보르도 인근 소도시 스농에서 한 소방관이 시위대 공격으로 불에 탄 트럭의 불을 끄고 있다. 스농/AP 연합
차별… 좌절… 박탈… “불질러 버리자”
“희망없는 젊은 이민자들 또다른 68혁명”… 500만 무슬림 이민사회는 “내부식민지”
프랑스만이 아닌 서구사회 전체의 모순
파리 근교 이민자 밀집지역에서 일어난 소요가 열하루를 넘기면서 1968년 5월 혁명 이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랫동안 쌓인 이민자 차별이 폭발한 것으로 서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숨겨져 왔던 내부 모순의 폭발= 파리 근교의 소요사태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25년간 소규모의 도시폭동과 방화는 계속돼 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국 차원의 대규모 사회적 저항운동으로 발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는 프랑스로 ‘이민 온 하층민들의 68혁명’으로 발전하고 있다. <비비시> 인터넷판은 ‘교차로에 선 프랑스사회’란 기사에서 팔레스타인들의 대이스라엘 저항운동에 대한 용어인 ‘인티파다’란 말이 사용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프랑스의 반미적 태도를 못마땅해 했던 미국의 <시엔엔>은 체첸 사태를 거론하며 내전 발발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아직 내전 상황은 아니다.
해외언론들은 프랑스식 사회통합이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프랑스 모델은 가난한 무슬림 이민자들을 먹여살리고 주택을 제공하고 교육시키는 값비싼 제도에 의존했지만, 실제로는 직업알선과 주택마련, 그리고 정치세력화 등에서 사회·정치적 소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자유, 평등, 박애’의 혁명정신 이면에서 이민자에 대한 차별을 방치했던 프랑스 사회가 치러야 할 값비싼 사회비용이 되고 있다.
이민사회는 ‘내부 식민지’= 프랑스의 5백여만 북아프리카 이민자들은 옛 식민지 출신들이다. 이들 지역에서 매년 유입되는 인구는 10만~15만명이다. 이들은 파리 같은 대도시 근교의 ‘게토’같은 집단 거주지에서 살고 있다. 예컨대 파리의 도심과 근교를 가르는 순환도로는 백인 중산층 파리시민과 유색 이민자들을 가르는 경계선이 되고 있다. 이들 이민사회는 노동력이 부족한 서구사회의 중요한 인력자원 역할을 해오면서 ‘프랑스 내의 식민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프랑스 이민자의 대부분인 북아프리카계 이민자 사회의 실업률은 평균의 3배가 넘는 30%에 달할 정도로 경제적 사회적 차별을 받아왔다. 프랑스의 청소년 범죄학자인 위그 라그랑쥬는 “희망이 없는 젊은이들이 폭력에 내몰리고 있다”며 사태 확산의 원인을 분석했다.
서구 전체의 모순= 이번 사태는 서구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모순을 함께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이재민의 태반이 아프리카계 흑인들이었던 것처럼 프랑스의 무슬림 사회도 미국의 소수집단들과 마찬가지 상황에 처해 있다. 인종차별 행위는 법률적으로 부정되고 있지만, 서구사회 전반에서 일상적으로 목격된다. 미국도 92년 로스엔젤레스 흑인폭동을 경험했고, 영국도 지난달 버밍엄 등에서 아프리카계와 아시아계간의 갈등으로 인한 폭동을 경험했다. 7.7테러 전후로 조명된 영국 내 이슬람사회의 고민은 단적인 예이다. 서유럽에서 90년대부터 활동이 두드러진 극우세력들이 이민자들을 적대시하고 있는 것도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된다.
<르몽드>는 사설을 통해 68학생 혁명이 프랑스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 준 것처럼 이번 사태도 그런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을 기대했다. 인종간의 진정한 통합과 사회적 평등의 실현을 위해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사회가 새롭게 고민해야 할 시점을 맞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유럽연합 15개 회원국 이민 유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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