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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트럼프나 에르도안도 ‘히틀러의 길’ 되풀이할 수 있다”

등록 2017-01-31 20:24수정 2017-02-01 00:09

‘괴벨스 비서’ 브룬힐데 폼젤 106살 별세
괴벨스의 비서 브룬힐데 폼젤.
괴벨스의 비서 브룬힐데 폼젤.

“요즘 사람들은 자신들이 과거 나치 정권 때 살았다면 정권에 저항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말이 진심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들 대다수는 실제로 나치 정권에 맞서지 않았을 것이다.”

아돌프 히틀러의 최측근으로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을 지낸 요제프 괴벨스의 비서였던 브룬힐데 폼젤은 지난해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치 정권의 핵심 지휘부를 가까이서 지켜본 마지막 생존자였던 폼젤이 지난 27일 독일 뮌헨에서 잠을 자다 숨졌다. 무려 106살 장수를 누렸다. 현지 언론들은 30일 그의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플로리안 바이겐자머를 인용해 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나치정권 핵심 지켜본 마지막 생존자
히틀러 최측근 선전장관 3년간 보필
“괴벨스 만행·가족 살해는 용서 못해”
“타자만 두드렸다” 부역 혐의는 부인

지난해 ‘다큐’ 찍어 영국서 개봉 예정
“요즘 사람들도 ‘나치’ 저항 못했을 것”

폼젤은 괴벨스가 1945년 5월1일 자살하기 전까지 3년 동안 비서로 일했다. 괴벨스와 그의 아내 마그다는 자녀 6명을 독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폼젤은 영국에서 올해 개봉될 다큐에서 “나는 괴벨스가 세계에 저지른 일이나, 그의 자녀들을 살해한 사실로 인해 그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폼젤의 이런 수준의 발언이 ‘나치 정권에서 그가 한 활동에 대해 가장 후회에 근접하는 말일 것’이라고 전했다. 폼젤은 괴벨스의 비서로서 일반 행정업무 외에도 전쟁 중에 숨진 독일 병사의 수는 줄이고 러시아군에게 성폭행당한 독일 여성의 수는 부풀리는 등 통계를 조작하는 일을 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괴벨스의 사무실에서 타자기를 두드리는 일 외에 다른 것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나치의 부역자라는 비판을 부인해왔다. 당시 나치 정권에 저항하지 않은 대다수의 독일인처럼 자신도 그랬을 뿐이라는 것이다. 폼젤은 “나라 전체가 주문에 걸린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또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말해왔으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폼젤은 최근 “히틀러는 민주적으로 선출됐고, 점차 그의 길을 갔다. 그런 일은 트럼프(미국 대통령)나 에르도안(터키 대통령)과 함께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바이겐자머는 전했다.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
폼젤은 숨지기 직전 다큐 제작자에게 개인사의 일부를 털어놓기도 했다. 바이겐자머는 “그의 사랑에 대해 얘기를 해줬다. 그의 연인은 유대인 남성이었고, 그와 함께 영원히 독일을 떠날 계획도 세웠다”고 전했다. 그의 애인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가서 새로운 생활을 준비했고, 폼젤은 정기적으로 그를 방문했다. 그러나 어느 날 애인은 잦은 방문 때문에 나치 당국의 이목을 끌게 돼 폼젤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둘은 만나지 못했다.

바이겐자머는 폼젤이 “더 잘 돌봤어야 할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누구에 대한 죄책감을 표현한 적은 없다고 했다. 폼젤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명은 빨간 머리의 유대인 소녀였는데, 그는 2005년에야 친구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유대인 소녀는 2차대전이 끝날 무렵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겐자머는 “폼젤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에게 진실했다. 그러나 자신의 운명을 사회적 차원이나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사진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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