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덜고 부패 막고…대행업 전성기 활짝

경비 덜고 부패 막고…대행업 전성기 활짝

일, 기업개혁법안 시행 앞두고 재고조사 등 사내업무 대행 서비스 수요급증

일본에서 기업의 사내 업무를 대행해주는 사업이 유망 비즈니스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인사·총무 등 업무를 대행하는 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BPO) 사업이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재고조사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재파견 회사인 피앤드피에서 지난 8월 분사한 재고조사 전문회사인 피앤드피 인벡스는 2008년 3월 결산 매출액이 16억엔에 이르고, 내년도에는 20억엔대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대형 편의점뿐 아니라 슈퍼마켓이나 전자제품 양판점 등에서도 재고조사 대행업무 계약을 잇따라 따냈다. 재고조사는 결산에 맞춰 기말에 하는 게 대부분이어서 소매점에서 자체 조사를 하게 되면, 특정일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그에 따라 일손이 모자라게 되고, 점원에게 지불하는 시간외수당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행업체에 맡기면, 그만큼 경비도 줄어들고 신속 정확하게 재고파악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기존의 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 시장 규모도 8346억엔으로, 전년도에 비해 6.2% 늘어났다. 대행서비스 업무의 신장 배경에는 기업체의 경비절감 의식뿐 아니라 회계감사의 엄격화와 재무정보의 철저한 관리를 규정한 일본판 기업개혁법안(금융상품거래법)의 영향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히타치제작소, 후지쓰, 일본 아이비엠 등 내로라하는 정보통신 대기업들도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회계감사와 내부통제 등 법령준수를 위해 일본 기업들이 투자하는 금액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사기관 아이디시재팬은 그 규모가 지난해 2698억엔에서 올해 5382억엔, 2011년에는 1조3615억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분식결산 등 일본 기업의 잇따른 회계부정으로 말미암아 올 9월부터 시행된 금융상품거래법은 상장기업 경영자에게 결산내용의 정확성을 보증하기 위한 사내체제정비(내부통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기업은 2009년 3월기부터 분기마다 결산내용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기업들로선 반년마다 하던 재고조사 횟수를 두배로 늘려야 한다. 편의점이나 체인점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현장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매출과 재고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도 대행업체의 손길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 법 시행으로 보존·관리가 의무화된 문서가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점도 업무를 통째로 위탁하는 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 확대의 또다른 요인이다. 벤처기업 인터넷이니셔티브는 지난해 10월 기업의 이메일을 일괄해서 대행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팸메일, 바이러스 차단 등과 함께 송수신 이메일의 전체 문안을 보관한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