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기업어음 직접 매입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7일 ‘월스트리트’(금융)에서 ‘메인스트리트’(실물)로 번지는 불길을 차단하기 위해 나섰다.
연준이 3개월짜리 무보증·자산담보 기업어음(CP)을 발행 기업으로부터 직접 사들이는 방식이다. 중앙은행이 이런 방식으로 돈줄이 막힌 기업의 숨통을 터주겠다고 나선 것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미국 경제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일이다. <인디펜던트>는 8일 “이번 조처는 연준이 그간 감독해 온 은행산업뿐 아니라, 기업들에 있어서도 ‘마지막 대출자’가 됐음을 뜻한다”고 전했다.
미 기업어음은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 7월 이후 약 10%가 줄어든 1조6070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제조업 회사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회사채 수익률은 얼마전까지 2~3%였으나, 최근엔 5%를 웃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최근 몇 주 새 유동성 압력에 직면한 머니마켓펀드와 다른 투자자들이 어음 매입을 꺼리면서 기업어음 시장도 심각하게 얼어붙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기업어음은 미국 경제의 생명줄”이라며 “만약 기업어음이 돌지 않으면, 기업들은 서둘러 일자리를 줄이거나 곧장 파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파산은 다시 기업에 대출을 해줬거나, 기업의 어음을 쥐고 있는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진다.
미 다우지수는 이날 연준이 꺼낸 ‘비장의 카드’를 비웃기라도 하듯 5.11%나 폭락했다. 연준의 기업어음 매입은 기업이 파산할 경우 곧장 미 정부의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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