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중앙은행들 기준금리 0.5~0.25%P↓
“자금경색 풀자” 전세계 차원 공동대응
“자금경색 풀자” 전세계 차원 공동대응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전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낮췄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심각해진 전지구적 신용경색을 풀려는 전세계 차원의 전례 없는 공동 대응이다. 그러나, 발표 뒤에도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 증시가 하락한 채 장을 마치는 등 시장은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는 7일(현지시각) 현행 2%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1.5%로 책정한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0.5%포인트 내린 3.75%로, 영국, 캐나다, 스웨덴도 각각 0.5%포인트 내린 4.5%, 2.5%, 4.25%로 이자율을 조정했다. 스위스는 0.25%포인트 내린 2.5%로 수정했다. 0.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중앙은행은 금리인하를 단행하지는 않았으나,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공동 대응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 6개국 중앙은행들은 공동성명에서 “최근 금융위기의 악화는 세계 경제성장률의 하락 리스크(위험)를 키우고 있는 반면, 물가상승 압력은 크게 줄어들었다”고 동시 금리인하 배경을 밝혔다. 공동 금리인하는 개별 국가 차원의 유동성 공급 확대 등의 처방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전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을 이어가는 데 대한 긴급 조처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보고서에서 “점증하는 혼란에 직면한 세계 금융시장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국제적으로 통일된, 결정적 정책 수단이 요구된다”며 “실패할 경우, 실물 경제는 ‘디레버리지’(차입을 통한 무리한 투자를 정리하고 축소하는 것) 과정에서 갈수록 무질서하고, 커다란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경제가 본격 하강 국면에 진입한 반면, 국제 원자재값이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은 크게 줄어든 것도 금리인하의 주요한 배경이 됐다. <비비시>(BBC) 방송은 “이러한 전례 없는 조처는 비틀거리는 세계경제와 추락하는 증시를 진정시킬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연준은 이날 별도의 성명에서 “곧 발표될 경제지표는 최근 몇 달 새 경제활동이 얼마나 위축됐는지 보여줄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회오리가 거세지면서 가계와 기업들이 대출을 받는 데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소비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고 금리인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9일부터 기준금리를 현행 4.14%에서 0.27%포인트 내린 3.87%로 수정한다고 발표했다고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이로써 한 달 새 두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각 은행이 가지고 있는 지급준비율을 낮춰,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대출 가능한 자금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발표에도 시장은 혼조세를 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는 7% 폭락 상태에서 발표가 나온 뒤 오름세로 급반전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5% 하락으로 마감했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도 개장 직후 140 넘게 급락했다 상승과 추락을 거듭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류이근 이정애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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