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룡 피아트의 탄생
성사땐 폭스바겐과 2위 경쟁…중국시장 선점이 가장 큰 변수
세계 자동차 산업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일본의 도요타가 지난해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자리를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한테서 넘겨받았지만, 독일의 폴크스바겐(폭스바겐)이 도요타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크라이슬러를 집어삼킨 이탈리아의 피아트가 지엠의 유럽법인까지 노리고 있어, 새로운 글로벌 강자의 등극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로 자동차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새로운 승리자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의 지각 대변동이 시작됐다.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를 합병하기로 한 피아트는 3일 오펠 등을 거느린 지엠 유럽법인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크라이슬러와 지엠의 유럽법인을 합친 피아트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풍경을 바꿀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엠 등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피아트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피아트는 연간 600만~700만대의 자동차 판매에 106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새로운 자동차 공룡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피아트의 세르조 마르키온네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5월 말까지 지엠 유럽법인과의 거래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6월1일 이전까지 뼈를 깎는 자구책과 장기 생존의 청사진을 마련해야 하는 지엠으로선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피아트의 제안에 열려 있다고 <블룸버그 뉴스>는 전했다.
피아트가 합류하게 되면 자동차 선두그룹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도요타는 77년 동안 왕좌를 지켜왔던 지엠을 몰아냈지만, 폴크스바겐이 도요타를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 1분기(1~3월) 폴크스바겐의 자동차 판매량은 139만대로 도요타와 격차를 36만대로 줄였다. 1년 전 84만대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최근 <시엔비시>(CNBC) 등은 폴크스바겐이 도요타를 제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1위를 지키고 있다.
독일의 오펠, 스웨덴 사브 등을 총괄하는 유럽법인을 내주고 나면, 지엠은 세계 5위권 밑으로 추락할 수 있다. 지엠은 자동차 공장과 노동력을 3분의 1가량 줄일 계획이다. 자동차 거인으로 재탄생하게 될 피아트는 르노-닛산, 포드, 지엠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리를 놓고 폴크스바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체들 가운데 새로운 ‘중원’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을 누가 차지하느냐도 경쟁을 가르는 중요 변수다. 지난 3월 중국 자동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에 견줘 5% 증가한 111만대를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에선 38.4% 감소한 85만대를 기록했다. 중국에선 폴크스바겐이 1위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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