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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대공황 이후 가장 강력한 ‘월가 옥죄기’

등록 2009-06-18 20:02수정 2009-06-18 20:0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규제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규제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
오바마 대대적 금융개혁
감독기관 재편·자본 투명성 강화가 핵심
연준 권력집중 논란…의회 저항 뒤따를듯
로널드 레이건이 1980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의 일이다. 공화당원들은 승리를 자축하는 모임에서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옆모습이 그려진 넥타이를 맸다. ‘보이지 않는 손’을 주창한 애덤 스미스는 탈규제를 기치로 내건 ‘레이거노믹스’의 상징이었다. 당시 경제비서관은 보좌관들에게 농담처럼 “거기 멍청히 서 있지만 말고 아무 규제든 하나 골라잡아 철폐시켜 봐라”고 말하곤 했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30여년 동안 탈규제의 바람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포괄적 금융규제의 틀을 제시하면서, “우리가 당면한 혹독한 많은 도전들은 수십년에 걸쳐 일어난 실수들과 기회 상실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또 “미국 경제침체의 가장 중대한 요인 중 하나가 주요 금융기관의 방임과 남용, 과잉을 막을 적절한 규제기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건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감독과 규제의 복원’이란 부제가 붙은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규제 개혁안은 ‘1930년대의 복원’이기도 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933년 취임하자마자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설립하고 글래스-스티걸법(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분리)을 제정하는 등 대공황을 촉발, 확대시킨 자유방임주의에 고삐를 조였다. 이는 지금까지도 뼈대를 유지하는 금융 규제와 감독의 초석을 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바마는 17일 금융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이번 변화는 대공황의 결과로 나온 개혁 이후 전례 없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A4용지 101쪽에 이르는 이번 금융규제개혁안의 핵심은 ‘체계적 위험’을 예방, 관리할 수 있도록 감독기관을 재편·강화하고, 시스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 자본 활동에 대한 투명성과 통제를 강화한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에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회사를 감독할 권한이 새롭게 주어졌다. 또 기관간 협력과 체계적 위험경보를 맡은 금융서비스감독감독위원회(FSOC)의 창설, 미국은행감독관(NBS)제도 신설, 소비자금융보호기관(CFPA) 설립, 국가보험국(ONI) 등 새로운 기관과 제도가 여럿 탄생한다. 한껏 자유를 누려왔던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앞으로 증권거래위원회에 등록해 활동을 공개해야 하고, 신용평가사들은 이해충돌 규제를 따라야 한다. 미국 재무부는 금융규제개혁 보고서에서 “소비자와 투자자들을 보호할 더욱 단순하고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금융 규제와 감독의 새로운 토대를 만들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연말까지 개혁안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의회에선 격론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오바마 행정부의) 제안들은 최근 행정부가 민간부문에서 영역을 확장하려는 또하나의 사례”라며 “일부 의원들은 연준에 더 많은 권력이 집중되는 것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행가협회(ABA)는 이날 “행정부의 제안은 되레 금융시장에서 커다란 불확실성을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이미 10일 규제 강화에 맞서 ‘자유기업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선언했고, 헤지펀드와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도 최근 미국 정부의 정책에 저항해왔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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